케빈 워시(Kevin Warsh)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포워드 가이던스 축소 기조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의 과거 연구와 맞물려 다시 조명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는 13일 워시 의장의 포워드 가이던스 축소 방침과 관련해 신 총재의 과거 논문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은행의 투명한 소통이 시장 기대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시장 가격의 정보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 총재는 스티븐 모리스(Stephen Morris)와 함께 쓴 2003년 논문 '통화정책에서의 기대 조정'에서 중앙은행 발표가 시장 기대를 조정하는 효과와 비용을 함께 다뤘다. 논문은 중앙은행 발표가 시장 참가자의 판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수록 참가자들이 가진 사적 정보의 비중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시장 가격이 담고 있는 정보의 질이다. 중앙은행이 향후 정책 경로를 자세히 안내하면 시장은 실물 경제의 독자 신호보다 중앙은행 발언을 더 강하게 반영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은행이 다시 시장 가격을 보고 경제 상태를 읽으려 할 때 시장 가격은 이미 중앙은행의 말에 영향을 받은 신호가 된다. 정책 당국이 시장을 통해 민간 정보를 얻는 구조라면 과도한 안내가 되레 정책 판단의 재료를 흐릴 수 있다는 논리다.
워시 의장의 포워드 가이던스 축소론은 이 문제의식과 닿아 있다. 워시 의장은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심판이 아니라 공을 보고 플레이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이 연준의 사전 안내만 따라가기보다 물가, 고용, 장기금리 같은 실제 지표와 가격 신호를 직접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금리 자체는 시장이 자유롭게 발견하는 일반 가격이 아니라 연준이 결정하는 정책 변수라는 점에서 논쟁은 더 복잡하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향후 정책금리 방향을 미리 설명해 시장 불확실성을 낮추는 소통 방식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 중앙은행은 기준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자 이 제도를 통화정책 수단으로 넓게 활용했다.
그러나 신 총재의 연구는 투명한 소통이 항상 좋은 결과만 내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중앙은행이 민간 부문에서 정보를 얻는 구조라면 지나친 안내가 민간 정보의 가치를 낮추고 이후 통화정책 수행 능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신 총재는 토비아스 아드리안(Tobias Adrian)과 쓴 2008년 논문 '금융 중개기관, 금융 안정성, 그리고 통화 정책'에서도 비슷한 경고를 냈다. 이 논문은 단기금리가 금융 중개기관의 레버리지 비용과 대차대조표 규모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논문은 높은 대차대조표 증가 뒤에는 낮은 금리가, 낮은 증가 뒤에는 높은 금리가 뒤따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경로의 불확실성이 줄면 금융기관은 단기 부채로 자금을 조달해 장기 자산을 사는 위험을 작게 느낄 수 있다.
신 총재는 이런 불확실성 축소가 경기 확장기 후반의 무질서한 레버리지 해소 가능성을 키운다면 실물 활동 안정에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선제적 소통이 단기 변동성을 낮추더라도 금융시스템 내부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도 이 논쟁은 간접적으로 이어진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위험자산은 미국 금리 기대와 달러 유동성 변화에 민감하다.
본지는 앞서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이 워시 의장의 포워드 가이던스 축소 기조를 공개적으로 옹호했다고 보도했다. 사전 안내가 줄어드는 경우 시장 참가자들이 연준 발언보다 경제지표와 국채 수급, 인플레이션 기대를 더 중시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포워드 가이던스 축소가 시장 변동성을 낮출지, 오히려 키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연준의 안내가 줄어들수록 시장은 물가, 고용, 장기금리 같은 지표를 직접 해석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위험자산 가격도 금리 기대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