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아파트를 가진 1주택자 가운데 실제로 거주하지 않고 타인에게 임대한 경우에는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정부의 부동산 금융 규제가 실수요 보호보다 투기 수요 차단 쪽으로 한층 더 무게를 옮기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13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서 전세대출 보증 제한 대상을 이른바 비거주 1주택자로 넓힌다고 밝혔다. 기준은 비교적 분명하다. 수도권·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가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집을 세 준 상태에서 본인이나 배우자가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한 적이 없다면 규제 대상이 된다. 반대로 한 번이라도 실거주했고 주민등록 이전 사실이 확인되면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는 그동안 전세대출이 실거주 지원이라는 본래 목적과 달리 주택 보유와 임대 운영에 활용되는 사례가 있다고 보고, 이를 차단해 대출이 필요한 무주택자와 실거주 수요자에게 금융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현장 사정을 고려한 예외도 뒀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서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매수한 경우처럼 당장 입주가 어려운 사례는 예외 사유가 될 수 있다. 여기에 금융회사 여신심사위원회가 비거주 사유의 불가피성을 명백하다고 인정하면 신규 전세대출이나 만기 연장도 허용된다. 금융당국은 이런 부분을 일률적으로 중앙정부가 재단하기보다 개별 금융회사가 구체적 사정을 살펴 판단하도록 했다. 실제 적용 규모에 대해서는 수도권·규제지역 전세대출이 약 6만명, 9조6천억원 수준이라는 자료는 있지만, 이 가운데 실제 거주 이력이 없는 1주택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집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은 가계부채 관리 기조와도 맞물려 있다. 금융당국은 당초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을 1.5%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최근에는 이를 3% 수준으로 높여 잡는 방향을 제시했다. 4월과 5월 이후 주택 거래가 늘었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예고에 따라 5월 9일 이전 매매가 몰린 데다 5월과 6월에는 자산시장 영향으로 신용대출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상황에서 기존 목표를 그대로 고수하면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이 과도하게 막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대출 비율을 2030년까지 8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중장기 목표는 유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경상성장률이 높아지면 분모인 국내총생산이 커져 비율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과 제2금융권이 총량 확대 기조를 공유하면 대출 창구가 조기에 마감되는 이른바 ‘오픈런’ 현상도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내놨다.
청년층을 겨냥한 주택금융 정책도 함께 제시됐다. 금융당국은 ‘청년미래보금자리론’ 대상을 4억원 이하 비아파트로 정했는데, 이는 현재 청년층이 부담하는 월세를 장기 대출 상환액으로 전환할 수 있는 수준을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월세 80만∼100만원 수준의 청년이 무리하지 않고 원리금을 갚으면서 내 집 마련의 첫발을 떼게 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의 소형 오피스텔 평균 가격이 4억원 안팎이고, 수도권 전체로 넓히면 3억원 정도라는 점도 기준 설정에 반영됐다. 다만 비아파트는 최근 선호도가 낮아 가격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 역시 이런 흐름을 인정하면서, 전세사기 재발 방지 대책과 시장 신뢰 회복이 병행되면 비아파트 시장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비아파트 우선 원칙은 현 단계의 선택일 뿐, 시장 반응이 좋으면 재정당국과 협의해 내년에 아파트까지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정부는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1억원 한도, 전세금 반환대출 제한, 보금자리론의 수도권 6억원 기준 완화 요구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핵심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즉 소득 범위 안에서 감당 가능한 만큼만 빌리게 하는 원칙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기자본비율 규제의 한시 유예 역시 전면 완화가 아니라 주택 공급 촉진이 시급한 주거 사업장에 한해 2년간 적용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시장 과열을 억누르면서도 실수요 자금과 공급 자금은 완전히 막지 않겠다는 절충적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부동산 시장 안정과 가계부채 관리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대출 규제는 더 정교해지고 예외 규정은 실제 수요층을 중심으로 세분화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