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이 공개된 뒤 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은 매도 문의가 급증하고 전월세 공급은 줄어드는 등 매매와 임대차 시장이 동시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9일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지난 3일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집을 계속 보유해야 하는지, 지금 팔아야 하는지, 세금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등을 묻는 집주인들의 상담 전화가 크게 늘었다. 현장에서는 특히 오랫동안 1주택을 보유해온 고가주택 소유자들의 불안이 크다고 전한다. 재건축 기대 속에 수십 년간 실거주해온 경우에도 앞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비거주 1주택자의 경우에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이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혼란이 더 큰 분위기다.
실제 매물은 다시 늘고 있다. 부동산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3일 6만409건에서 9일 6만2천516건으로 2천107건, 3.4% 증가했다. 자치구별로는 서초구가 7천630건에서 8천98건으로 6.1%, 강남구가 9천453건에서 9천934건으로 5.0% 늘었다. 영등포구와 용산구, 광진구도 증가 폭이 컸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처럼 정비사업 추진 단지에서는 시세보다 수억원 낮춘 급매물도 등장했다. 다만 거래가 활발해질 조짐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대출 규제가 강한 데다, 향후 보유세 부담까지 감안하면 매수자 역시 선뜻 움직이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번 변화는 임대차 시장에도 바로 영향을 주고 있다. 비거주 1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거주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세입자에게 재계약이 어렵다고 통보하거나 기존 전세 물건을 거둬들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 2천91가구처럼 이달 입주를 시작한 새 아파트 단지에서도 아직 계약하지 않은 전세 물건을 회수하는 집주인이 증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측면에서 불리함을 덜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와 월세 가격에도 상방 압력이 커지는 분위기다.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는 인근 새 아파트 입주 영향으로 전셋값이 주춤했지만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호가가 24억∼25억원 수준으로 다시 올랐다. 래미안 트리니원 전용 60㎡도 10억원 초반 전세 물건이 소진되면서 13억∼16억원대로 호가가 높아졌다. 송파구 잠실동과 성동구 옥수동, 노원구 상계동 등에서도 반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집주인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거절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결국 늘어난 세 부담이 일부 지역에서는 임차인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세제개편안이 단순히 세금 조정에 그치지 않고 매매와 임대차 시장의 수급 구조를 동시에 바꾸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늘고 관망세가 짙어질 가능성이 크고, 중장기적으로는 실거주 요건 강화가 전세 물량 축소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세부 시행안의 확정 내용과 대출 규제 완화 여부, 실제 보유세 산정 규모에 따라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