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7일 기준금리를 3.50∼3.75%로 묶으면서도 향후 금리 방향을 암시하던 문구를 정책결정문에서 빼고, 대신 경제전망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강하게 내비쳤다. 겉으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지만 실제 내부 판단은 이전보다 훨씬 긴축적으로 기운 것으로 읽힌다.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케빈 워시 신임 의장 체제에서 처음 열렸다. 시장은 회의 전부터 동결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봤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그 여파로 물가와 경기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연준도 결정문에서 에너지를 포함한 일부 부문의 가격 상승을 불러온 공급 충격이 인플레이션에 반영되고 있으며,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2% 목표를 웃돌고 있다고 밝혔다. 금리를 당장 움직이기보다 물가 압력을 더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눈에 띄는 변화는 정책결정문 표현이었다. 직전까지 들어가 있던 향후 정책 조정의 정도와 시기를 언급하는 이른바 선제 안내 문구가 이번에는 통째로 사라졌다. 이는 시장에 미리 방향을 강하게 암시하는 방식이 오히려 정책 대응을 경직시킬 수 있다는 워시 의장의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워시 의장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도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가 정책 오류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21년 물가 급등 국면에서 연준이 기존에 제시한 경로에 매여 상황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그 배경이다. 실제로 지난 4월 회의 때는 추가 조정이라는 표현이 유지되면서 시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접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런 해석의 여지를 대폭 줄였다.
다만 문구를 중립적으로 바꿨다고 해서 연준의 속내까지 중립적이 된 것은 아니다. 같은 날 공개된 수정 경제전망(SEP) 점도표를 보면 위원들의 금리 경로 예상은 분명히 매파적으로 이동했다. 지난 3월만 해도 연내 1회 금리 인하를 가리키던 중간값이 이번에는 연내 1회 금리 인상으로 바뀌었다. 위원별로 보면 3명은 0.25%포인트 인상, 5명은 0.50%포인트 인상, 1명은 0.7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반면 연내 동결을 본 위원은 8명, 0.25%포인트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1명뿐이었다. 3월에는 금리 인상을 예상한 위원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위기 변화가 뚜렷하다. 월가에서는 점도표에 의견을 내지 않은 1명이 워시 의장일 가능성도 거론한다.
이처럼 연준 내부 전망이 강경해진 배경에는 다시 높아진 미국 물가가 있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2%로 3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2.9% 올라, 유가 영향을 빼더라도 물가 압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이 주도하는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도 수요와 비용을 함께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도 이런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OMC 발표 직후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연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22%, 1회 이상 인상할 확률을 78%로 반영했다. 이는 하루 전 60% 수준이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연준이 말보다 데이터에 더 무게를 두는 방식으로 움직이되, 물가가 쉽게 꺾이지 않으면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