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 회생 과정에서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최우선 변제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면서, 기업 회생제도 안에서 긴급운영자금의 우선순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회생 기업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자금 공급 장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와, 부실 경영 책임이 있는 대주주가 일반 투자자보다 먼저 돈을 돌려받는 구조는 손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7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홈플러스 사태를 언급하며, 경영상 책임이 있는 주체가 공익채권으로 분리돼 사실상 최우선 변제를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논란의 핵심은 디아이피 파이낸싱(DIP 파이낸싱·회생절차 개시 뒤 기업 운영을 이어가기 위해 투입하는 긴급운영자금)이다. 현행 채무자회생법 179조는 관리인이 회생절차 개시 후 차입한 자금 등에서 생긴 청구권을 공익채권으로 보고, 다른 채권보다 우선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구조에 따르면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 지위를 유지한 상태에서 투입한 자금도 법적으로는 우선 변제 대상이 될 수 있다.
홈플러스 사례에서는 MBK파트너스가 기존 경영인이자 관리인 지위에서 1천억원의 디아이피 파이낸싱을 넣었고, 법 해석상 최우선 변제권을 가질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다만 현재 MBK는 해당 1천억원에 대한 최우선 변제권을 포기한 상태다. 회생법원 실무에서도 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이 회생 기업에 자금을 넣을 때는 차입 허가 과정에서 우선 변제권 포기를 조건으로 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금융당국은 8월 3일 현재 회생법상 관리인 해석과 홈플러스 사안에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제도를 고치더라도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디아이피 파이낸싱에 공익채권 지위를 부여한 것은 자금줄이 막힌 한계 기업에 마지막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정책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기존 경영인이라는 이유로 우선 변제 인센티브를 약화하면, 이미 위험이 큰 회생 기업에 돈을 빌려주려는 투자자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메리츠금융이 김병주 MBK 회장과 MBK의 지급보증을 바탕으로 지원하는 2천억원 규모의 디아이피 자금은 이르면 8월 초 집행될 예정인데, 업계에서는 메리츠금융이 MBK와 달리 최우선 변제권을 포기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메리츠금융은 경영 책임 주체라기보다 주요 채권단 성격이 강해, 우선권을 스스로 내려놓을 경우 오히려 주주에 대한 배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입법 시정이 실제 홈플러스 건에 바로 적용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원칙적으로 소급입법은 제약이 크고, 특정 사건만 겨냥해 예외를 두면 다른 회생·파산 사건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더구나 홈플러스 회생절차는 9월 4일까지로 예정돼 있어, 그 전에 법을 고쳐 실무에 반영하기에는 시간도 촉박하다. 결국 이번 논란은 개별 사건 처리와 별개로, 회생 기업 자금 지원을 유도하는 제도적 유인과 대주주 책임 원칙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대형 유통업체뿐 아니라 다른 회생 신청 기업들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정비 논의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