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앰코 등의 대규모 반도체·인공지능 투자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광주·전남의 오래된 지역 현안이 한꺼번에 풀릴 가능성이 커졌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지역 정치권, 경제계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가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제시한 서남권에는 총 896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가 추진된다. 반도체 생산시설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용수, 넓은 산업용지뿐 아니라 도로·철도·공항·항만을 아우르는 물류망, 주거·교육·의료 같은 정주 여건까지 함께 갖춰져야 돌아가는 산업이다. 이 때문에 이번 투자는 단순히 공장 몇 곳을 짓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 기반시설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국가 프로젝트 성격을 띤다.
당장 가장 중요한 과제는 산업용지 확보와 산업단지 조성 속도다. 정부는 기존 산업단지 조성에 10년 이상 걸리던 절차를 줄이기 위해 계획·보상·설계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으로 투자 일정에 맞춰 부지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첨단3지구, 솔라시도, 나주·광양·목포권 산업단지,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 등이 투자 예정지로 거론되며 개발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광주 군공항 부지가 실제 후보지로 확정될 경우, 오랫동안 해법을 찾지 못했던 전남 무안 이전 문제도 산업 개발과 연계되면서 새로운 협상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전력과 용수 인프라 확충도 핵심 변수다. 전남은 해상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큰 지역이지만, 생산한 전기를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으로 보내려면 송배전망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 발전 설비와 송전망 구축, 댐과 수자원 재활용 같은 기반 시설이 함께 추진돼야 대규모 투자 유치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 산업은 전기를 많이 쓰는 대표 업종이고, 데이터센터 역시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여서 전력망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투자 속도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교통망과 생활 인프라 재편 기대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서남권에 국가교통망과 대중교통, 첨단 물류체계를 묶어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2027년 광주공항 민항 기능의 무안공항 통합, 무안공항 케이티엑스 역사 개통, 광양항 등 국제 항만 교통망 강화 방안이 거론된다. 무안공항, 광양항, 목포항과 광주·나주·해남·순천·광양권 산업단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서남권 전체가 하나의 산업 벨트로 묶일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정부가 제시한 직주락 균형도시 구상, 즉 일자리와 주거, 여가가 함께 갖춰진 도시 모델이 더해지면 청년 인재 유출을 줄이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지역 안에 머물게 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투자 계획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후속 로드맵을 얼마나 빨리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기업 투자 일정에 맞춰 구체적인 입지와 재원 분담, 착공 시점, 전력·용수 공급 계획을 조기에 제시해야 한다. 이번 투자가 계획대로 추진되면 광주 군공항 이전, 산업단지 조성 지연, 광역 교통망 확충, 전력망 부족 같은 지역 숙원이 산업정책과 함께 풀릴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서남권이 단순한 지방 산업단지를 넘어 국가 첨단산업의 새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