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호황을 바탕으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4%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시장의 눈높이가 한국은행 기존 전망치인 2.6%보다 크게 높아지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영국의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2026년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제시했다. 이 기관은 지난 2월 1.0%에서 출발해 3월 1.6%, 4월 2.7%, 6월 4.0%로 전망치를 거의 매달 큰 폭으로 올렸다. 배경으로는 인공지능 관련 수요 확대에 힘입은 반도체 수출 강세를 들었다.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는 수출과 설비투자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핵심 산업이어서, 이 부문이 살아나면 성장률 전망도 빠르게 바뀌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국내외 주요 기관들 사이에서는 3%대 성장 전망이 더는 이례적인 수치가 아니게 됐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 42개 기관 가운데 11곳이 올해 한국 성장률을 3% 이상으로 봤다. 가장 높은 전망치는 국내 재보험사 코리안리의 4.1%였고, 이어 캐피털 이코노믹스 4.0%, 제이피모건 3.7%, 내셔널호주은행·호주뉴질랜드은행·아이엠증권 각 3.6%,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와 씨티 각 3.5% 순으로 나타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호주뉴질랜드은행그룹은 각각 3.1%, 아이엔지 파이낸셜 마켓과 독일 데카방크는 각각 3.0%를 제시했다.
전망치 상향의 근거는 반도체 경기만이 아니다. 씨티는 6월 30일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3.5%로 0.4%포인트 높이면서, 4~5월 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했다는 점과 기술 설비투자 계획에 따른 인프라 투자 확대 가능성, 9월 초까지 25조원 이상의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을 함께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집계 밖에 있는 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전날 전망치를 2.0%에서 3.0%로 올렸다. 이 연구소는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충격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반도체 특수에 따른 수출·투자 호조와 추가경정예산 집행 효과가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할 것으로 봤다.
이런 흐름은 한국은행의 공식 전망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오는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이미 올해 1분기 성장률 잠정치는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높은 1.8%로 확인돼, 지난 5월 제시한 연간 2.6% 전망을 다시 계산할 여지가 생겼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6월 19일 한국금융학회 학술대회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기계적으로라도 2.6%에서 올라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가 다른 산업과 내수 전반으로 얼마나 확산되는지가 앞으로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