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2026년 8월 국고채 발행 규모를 17조원으로 늘리기로 하면서, 정부가 하반기 재정 운용에 필요한 자금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조달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재정경제부는 30일 다음 달 국고채를 국고채 전문 딜러(PD·국고채 입찰과 유통에 참여하는 지정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경쟁 입찰 방식으로 발행한다고 밝혔다. 발행 규모는 이달 계획보다 1조원 많은 17조원이다. 만기별로는 2년물 3조3천억원, 3년물 3조6천억원, 5년물 3조원, 10년물 3조원, 20년물 4천억원, 30년물 2조8천억원, 50년물 8천억원, 물가연동국고채 1천억원으로 배정됐다. 국고채는 정부가 재정 집행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만기 구성이 다양할수록 투자 수요를 폭넓게 흡수할 수 있다.
이번 계획에는 단순 발행뿐 아니라 채권시장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도 포함됐다. 재정경제부는 10년물·20년물·30년물 경과 종목과 5년물 지표 종목 사이에 각각 3천억원 규모의 교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과 종목은 이미 발행된 지 시간이 지나 거래가 상대적으로 뜸해진 채권이고, 지표 종목은 시장에서 기준물로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채권을 뜻한다. 정부가 이런 교환을 실시하는 것은 거래가 분산된 장기물의 유통을 정리하고, 시장에서 기준이 되는 채권의 거래를 더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이 크다.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국고채 경과 종목에 대해서는 만기 전에 사들이는 바이백도 총 2조원 규모로 한 차례 시행한다. 바이백은 정부가 기존 채권을 미리 매입해 만기 부담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특정 시점에 상환 수요가 몰리는 것을 완화하는 데 쓰인다. 이런 조치는 단순히 채무를 줄이기보다는 발행과 상환의 시기를 고르게 배분해 국채시장의 충격을 줄이려는 성격이 강하다.
반면 다음 달에는 재정증권을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재정증권은 한국은행 일시 차입과 함께 정부 회계연도 안에서 세입과 세출 시점이 어긋나 생기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는 단기 수단이다. 현재 재정증권 잔액은 4조원이고 한국은행으로부터의 일시 차입은 없다. 올해 1월 1일부터 7월 30일까지의 평잔 기준으로 보면 재정증권은 13조3천억원, 한국은행 일시 차입은 3조4천억원이다. 이는 당장 단기 유동성에 큰 압박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원화 표시 외국환 평형 기본채권, 이른바 외평채 1년물은 이달과 같은 1조원 규모로 발행된다.
정부가 장기·중기 국고채 발행은 늘리면서도 단기성 자금 조달 수단인 재정증권은 멈춘 점을 보면, 당분간은 보다 계획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재정을 운영하려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발행 물량의 크기뿐 아니라 만기 구조 조정과 바이백 같은 세부 운용 방식이 금리 안정과 채권 수급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