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에프앤아이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5배에 가까운 자금을 끌어모으면서, 최근 이어지는 우량 회사채 시장의 강한 투자 수요를 다시 확인했다.
27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하나에프앤아이는 이날 1천500억원 규모의 무보증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총 6천87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신용등급 A+인 하나에프앤아이는 담보 없이 발행하는 회사채임에도 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몰렸고, 이에 따라 회사는 최대 3천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검토할 수 있게 됐다. 무보증사채는 기업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수요예측 결과는 시장이 해당 기업의 상환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진다.
만기별로 보면 투자자 선호는 3년물에 가장 뚜렷하게 집중됐다. 300억원을 모집한 1.5년물에는 900억원, 700억원을 모집한 2년물에는 920억원이 들어왔고, 500억원 규모의 3년물에는 5천50억원이 몰렸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3년물이 특히 흥행한 배경으로 절대금리 수준에 비해 발행 물량이 많지 않았던 점을 꼽고 있다. 같은 금리 구간에서 투자할 만한 물량이 제한적이면 기관투자가들이 상대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주문을 넣는 경향이 있다.
금리 조건도 발행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형성됐다. 가산금리, 즉 기준이 되는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평균 금리)에 덧붙거나 빠지는 금리 수준을 보면 1.5년물은 민평보다 1bp(1bp는 0.01%포인트) 낮았고, 2년물과 3년물도 각각 1bp, 12bp 낮은 수준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하나에프앤아이는 당초 공모 희망 금리를 개별 민평수익률 산술평균 대비 ±30bp 범위로 제시했는데, 실제 수요는 그보다 더 낮은 금리에서도 충분히 확보된 셈이다. 이는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뜻으로, 발행사 입장에서는 시장 평가가 우호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흥행은 최근 회사채 시장 전반의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지난주에도 SK에코플랜트가 모집예정액의 10배 안팎, KCC가 7배 안팎의 자금을 모으며 강한 수요를 확인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안정적인 기업 채권을 중심으로 기관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고 본다. 하나에프앤아이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채무상환과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며,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우량 발행사를 중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향후 금리 방향과 회사별 신용도 변화에 따라 투자 수요의 온도 차는 다시 벌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