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가 2026년 7월 22일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10배에 가까운 자금을 끌어모으면서,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우량·준우량 기업을 향한 투자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1천억원 규모의 무보증사채 발행을 앞두고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총 9천87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신용등급은 A-로, 모집 예정액을 크게 웃도는 자금이 몰리면서 회사는 최대 2천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검토할 가능성이 커졌다. 무보증사채는 담보 없이 기업의 신용으로 발행하는 채권인데, 이런 채권에 대규모 주문이 들어왔다는 것은 시장이 해당 기업의 상환 능력과 향후 사업 전망을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만기별로 보면 500억원을 모집한 1년물에 2천900억원, 300억원 규모의 1.5년물에 4천640억원, 200억원 규모의 2년물에 2천330억원이 각각 들어왔다. 금리 조건도 발행사에 유리하게 형성됐다. 1년물은 개별 민평금리보다 36베이시스포인트(bp·1bp=0.01%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주문이 모였고, 1.5년물은 70bp, 2년물은 61bp 낮은 수준에서 수요가 형성됐다. SK에코플랜트가 제시한 공모 희망 금리가 개별 민평 수익률의 산술평균 대비 플러스·마이너스 30bp 범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비교적 낮은 금리에도 적극적으로 청약한 셈이다.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은 우선 차환에 투입될 예정이다. 공시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2024년 8월 연 4.951% 금리로 발행한 1천230억원 규모 회사채를 갚는 데 이 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만약 발행 규모가 최대 2천억원으로 늘어나면, 2025년 2월과 7월에 발행한 총 920억원 규모의 다른 회사채 일부도 함께 차환할 수 있다. 차환은 기존 빚을 새로 조달한 자금으로 갚는 것을 말하는데, 시장 여건이 좋을 때 차환에 성공하면 기업은 자금 운용 부담을 덜고 만기 관리도 한층 수월해진다. 부족한 자금은 회사 자체 자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번 흥행 배경으로 여러 요인을 함께 보고 있다. 최근 시장 금리 상승 경계감이 남아 있었지만, 오랜만에 수요예측에 나선 발행사라는 점이 투자 수요를 자극했고, 건설업 계열사라는 부담에도 반도체 관련 사업과 신규사업 기대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에 대한 경계는 여전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노리는 캐리 수요와 최근 회사채 공급이 많지 않았던 점도 주문 확대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흐름은 23일 각각 2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서는 롯데케미칼과 KCC 등 다른 기업들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회사채 시장의 투자 심리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