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충격을 소화한 뒤 잠시 안정을 찾는 듯했지만,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다시 뛰면서 물가와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커져 금리가 재차 오르는 흐름으로 돌아섰다.
21일 금융투자협회 최종호가수익률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지난 16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8bp, 10년물 금리는 3bp가량 하락했다. 시장은 당시만 해도 기준금리 인상 자체보다 향후 경로에 더 주목했고, 한국은행이 8월 회의에서 곧바로 연속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강한 신호를 주지 않았다는 점에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연휴가 지난 뒤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4.7bp, 3.9bp 상승해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나타났던 하락분을 사실상 모두 되돌렸다. 회사채 금리도 같은 기간 4.6bp 올라 채권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다시 위축된 모습이다.
채권금리가 다시 오른 배경에는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과 이에 따른 유가 반등이 놓여 있다. 미국과 이란의 재충돌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자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했다. 간밤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보다 1.27% 오른 배럴당 89.22달러, 8월 인도분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 선물은 0.90% 오른 83.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이달 초의 배럴당 60달러대 후반, 70달러 초반과 비교하면 각각 28%, 26%가량 뛴 수준이다.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유가 상승이 생산비와 소비자물가를 함께 자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채권 투자자들은 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의 최근 발언도 시장 해석을 바꾸는 요인이 됐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열릴 몇 차례 회의가 모두 열려 있는 회의라며, 향후 경제지표에 따라 추가 조정 가능성을 넓게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그는 2분기 국내총생산, 즉 GDP와 국민총소득인 GDI 흐름을 확인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1분기에 나타난 이례적 성장 수치가 일시적인지, 아니면 실제 경기와 소득 여건이 예상보다 강한지를 점검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여기에 유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생각보다 더 오래 긴축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23일 발표될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과 8월 4일 공개되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에 쏠리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도 반도체 가격이 크게 오른 만큼 GDI가 GDP를 상당 폭 웃돌 가능성이 크고, 수출 중심의 성장 흐름도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는 경제의 총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결국 물가 압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발표될 성장과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올 경우 8월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키우고, 채권시장 금리 변동성도 당분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