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분기 성장률과 7월 물가가 서로 다른 신호를 낼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경로를 둘러싼 시장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경기가 예상보다 나아졌다는 지표는 금리 상승 압력으로, 물가가 주춤했다는 지표는 금리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채권시장이 뚜렷한 방향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미다.
20일 신영증권 조용구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은행의 기존 전망치인 전 분기 대비 0.2%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반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일반적으로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으면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면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은 낮아진다. 결국 같은 시기에 발표되는 핵심 지표가 서로 반대 방향의 해석을 낳으면서 시장 금리의 흐름을 흐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여건은 국내 금리의 급등을 막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 국채 금리는 강보합 수준에서 마감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지만,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예상보다 크게 낮게 나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 즉 연준의 긴축 우려가 다소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환율 흐름도 주목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70원대로 내려오면서 원화 강세가 이어졌는데, 이는 외국인 자금 이탈 부담을 줄여 국내 채권시장에는 비교적 우호적인 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국내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 결정이 기준점이 되고 있다. 당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25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포인트) 올렸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동시에 8월 경제전망 상향 가능성과 물가 경계 기조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은 지난 16일 금통위 직후 8월 연속 인상보다는 10월 추가 인상 가능성을 더 크게 반영했다. 조 연구원은 최종 기준금리 전망치를 내년 1분기 3.25%로 유지했지만, 추가 인상 위험이 현실화하면 3.5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성장과 물가, 환율, 대외 불안 요인이 한꺼번에 통화정책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으로 시장이 주목할 변수도 적지 않다. 8월 말 발표될 내년 예산안과 국고채 발행 한도는 채권 공급 규모를 가늠하게 해 금리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중동 리스크가 다시 커질지, 한국은행의 경제전망 상향 폭이 어느 정도일지도 중요하다. 여기에 알파벳, 테슬라, 에스케이하이닉스 등 인공지능 관련 주요 기업의 실적과 주가 흐름, 원/달러 환율 변화까지 더해지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결국 성장 회복 기대와 물가 안정 신호가 어느 쪽으로 더 분명해지느냐에 따라, 국내 금리의 다음 방향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