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법 개정 이후 기업들이 분기·반기 배당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올해 상반기 배당을 공시한 상장사는 1년 전보다 50% 가까이 늘었다. 배당을 한 기업 수뿐 아니라 전체 배당금과 시가배당률도 함께 올라, 국내 증시에서 주주환원 흐름이 한층 뚜렷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4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상장사 2천873곳 가운데 지난 3일까지 분기 또는 반기 현금·현물배당 공시를 마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배당 공시 기업은 127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86곳보다 47.7% 늘어난 수치다. 이들 기업의 전체 배당금도 11조4천160억원에서 13조5천200억원으로 18.4% 증가했다. 평균 시가배당률은 1.8%로 전년 동기 1.3%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시가배당률은 현재 주가 대비 배당금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투자자가 체감하는 배당 매력을 가늠하는 데 쓰인다.
배당 확대 흐름은 기업 전반에서 나타났다. 전체 127곳 중 105곳이 지난해보다 배당을 늘렸고, 12곳은 줄였으며 10곳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배당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1분기 2조4천533억원, 2분기 2조4천559억원 등 상반기에만 모두 4조9천92억원 배당을 결정했다. 다만 주가가 오른 영향으로 보통주 기준 시가배당률은 1분기 0.2%, 2분기 0.1%에 머물렀다. 현대자동차도 1·2분기 합산 1조3천92억원을 배당해 뒤를 이었다.
금융과 조선·기계 업종의 배당 증가도 눈에 띄었다.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배당금은 KB금융 8천109억원, 신한지주 6천963억원, 하나금융지주 6천151억원, 우리금융지주 3천210억원으로 집계됐고, 증가율은 각각 21.1%, 25.4%, 23.0%, 9.1%였다. 안정적인 이익을 바탕으로 정기적인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금융권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HD현대 그룹도 HD현대중공업 6천390억원, HD한국조선해양 4천596억원, HD현대 1천837억원, HD현대일렉트릭 936억원, HD현대마린솔루션 807억원을 배당하며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조선과 전력기기 업황 개선으로 실적이 좋아지자 배당 여력도 커진 결과로 볼 수 있다.
개인별 배당 수령액 1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으로 728억원을 받았다. 이어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671억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546억원 순이었다. 지난해 1위였던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주식 매각 영향으로 올해는 544억원을 받아 4위로 내려왔다.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 341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312억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84억원, 최태원 SK그룹 회장 195억원,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 141억원, 정기선 HD현대 회장 126억원도 10위권에 들었다.
한편 상반기 배당을 발표한 127곳 가운데 우리금융지주, SK스퀘어, 두산밥캣 등 22곳(17.3%)은 감액배당을 실시했다. 감액배당은 이익잉여금이 있는 기업이 자본준비금 같은 납입자본 항목을 줄여 주주에게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일반 배당과 달리 배당소득세가 붙지 않아 비과세 배당으로 분류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주주환원 수단을 다양화할 수 있고, 주주 입장에서는 세 부담을 덜 수 있어 최근 활용이 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상법 개정 이후 기업들이 배당 시기와 방식을 더 유연하게 설계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앞으로는 단순 배당 규모뿐 아니라 세제 효율성과 주주환원 정책의 지속성이 투자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