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에서 사실상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대출 채권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은행권의 자산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해 2분기 말 추정손실은 모두 1조2천109억원으로 집계됐다. 추정손실은 대출 자산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나누는 건전성 분류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로, 채무자의 상환 능력이 크게 악화해 은행이 손실 처리를 피하기 어렵다고 보는 채권을 뜻한다. 말 그대로 장부상 대출은 남아 있지만, 실제로는 돌려받기 어렵다고 보는 돈에 가깝다. 규모는 지난해 2분기 말 9천567억원보다 26.6%, 올해 1분기 말 1조250억원보다 18.1% 늘었고,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분기 말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은행별로 보면 증가세는 더 뚜렷하다. 신한은행은 1년 전 2천312억원에서 올해 2분기 말 3천421억원으로 48.0% 늘었고, 하나은행은 1천178억원에서 1천828억원으로 55.1% 증가했다. 우리은행도 949억원에서 1천716억원으로 80.9% 뛰었다. 반면 KB국민은행은 2천376억원에서 2천489억원으로 4.7% 늘어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고, NH농협은행은 2천752억원에서 2천655억원으로 3.5% 줄었다.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부실 인식 강도가 높아졌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특히 문제는 기업대출 쪽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5대 은행의 올해 2분기 말 기업대출 추정손실은 9천8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의 7천768억원보다 26.3% 늘어 1조원에 가까워졌다. 가계대출 추정손실도 지난해 2분기 1천794억원에서 올해 2분기 2천298억원으로 28.1% 증가했지만, 절대 규모는 기업대출이 훨씬 컸다. 이는 고금리 환경이 길어지면서 기업의 이자 부담이 누적된 데다, 내수 부진과 상업용 부동산 경기 악화가 겹치며 자금 사정이 나빠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들은 특히 임대 수익 둔화와 공실 확대 등으로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의 부담이 커진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손실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부실 직전 단계로 여겨지는 요주의 여신도 늘고 있다. 올해 2분기 말 5대 은행의 요주의 여신은 10조2천177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말 9조6천701억원보다 5.7%, 올해 1분기 말 9조3천163억원보다 9.7% 증가했다. 요주의 여신은 일반적으로 원리금 연체가 1일에서 90일 사이인 대출로, 아직 본격 부실채권은 아니지만 상환 차질 가능성이 커진 상태를 말한다. 이 단계의 대출이 90일 넘게 연체되면 고정 이하 여신, 즉 통상적 의미의 부실채권으로 다시 분류된다. 결국 지금의 요주의 여신 증가는 앞으로 실제 부실채권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은행권에서는 금리 상승이 이자이익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만큼 차주의 상환 부담도 커져 건전성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보고 있다. 수익성과 건전성이 엇갈리는 국면에서 은행들이 충당금 적립과 부실 관리 기준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내수 경기 회복 속도와 상업용 부동산 시장 안정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당분간은 은행권이 연체율과 부실채권 지표를 보수적으로 관리하는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