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가 대형 북극 원유 개발사업 보스토크오일의 첫 원유를 선적했다. 북극항로를 통한 아시아 수출 경로가 실제 운송 단계에 들어섰지만 대규모 공급 확대까지는 선박 확보와 계절적 항행 여건을 넘어야 한다.
로스네프트는 9월 6일 타이미르반도 부흐타 세베르 터미널에서 첫 원유를 북극 유조선 ‘발렌틴 피쿨’에 실었다고 밝혔다. 앞서 보스토크오일의 첫 출하 준비가 전해진 뒤 실제 선적이 이뤄졌다.
보스토크오일은 타이미르반도와 동시베리아 일대 13개 유전을 묶어 개발하는 사업이다. 로스네프트는 자원 기반을 70억t 규모의 저유황 원유로 제시했으며 황 함량은 0.01~0.1%라고 설명했다.
부흐타 세베르 터미널과 유전 지역을 잇는 송유관은 약 790㎞다. 설계 운송능력은 연간 1억t으로 제시됐고, 터미널에서 선적한 원유는 북극항로를 거쳐 유럽과 아시아로 운송되는 구조다.
로스네프트는 2027년 하반기 연간 3000만t, 2030년 최대 5000만t의 원유 공급 목표를 제시했다. 시장 수요와 경제 여건이 뒷받침되면 연간 1억t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회사 계획이며 실제 생산·수출 실적과는 구분해야 한다.
사업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늦어졌다. 보스토크오일은 2024년부터 연간 3000만t을 처리하는 일정이 제시됐지만 첫 선적은 2026년 9월에 이뤄졌다.
트라피구라는 2022년 보스토크오일 투자 지분 10%에서 철수했다고 밝혔고, 비톨도 같은 해 투자 지분을 처분했다고 발표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서방 투자자와 거래업체의 이탈을 프로젝트 개발 지연의 배경으로 거론했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생산지와 아시아 시장을 잇는 수출 경로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 이후 아시아를 주요 원유 수출시장으로 삼고 있으며, 북극항로를 에너지 물류망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북극항로는 러시아 북부 해안을 따라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해상 운송로다. 통상 여름부터 가을 사이 운항 여건이 나아지지만, 결빙이 시작되면 쇄빙선 지원과 선박 등급에 따라 운항 가능 범위가 달라진다.
수출 확대의 가장 큰 제약은 선박이다. 로널드 P. 스미스(Ronald P. Smith) Emerging Markets Oil & Gas Consulting Partners 애널리스트는 “가장 큰 병목은 빙해등급 원유 유조선의 심각한 부족”이라고 말했다.
스미스는 북극항로가 10월 첫째 주부터 빠르게 폐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발렌틴 피쿨 단독 운항으로는 연중 수출능력이 하루 약 5만 배럴 수준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선박 등급을 둘러싼 자료는 엇갈린다. S&P 글로벌은 발렌틴 피쿨을 Arc7 빙해등급 유조선으로 보도했지만, 모스크바타임스는 선박 등록상 Arc6로 분류된다고 지적해 정확한 등급에는 불일치가 남아 있다.
초기 선적 물량도 외부 보도와 회사 발표 사이에 차이가 있다. OilPrice.com은 9월 중 부흐타 세베르에서 유조선 3척이 약 25만t을 선적했고 올해 평균 수출량이 하루 약 15만 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지만, 로스네프트 공식 발표에서는 선적 물량과 선박별 운항 상황이 확인되지 않았다.
아시아 수요 여건도 변수다.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2026년 8월 하루 약 210만 배럴로 7월보다 줄었고, 9월 수입량은 Kpler 예비 자료 기준 하루 약 190만 배럴로 추정됐다.
보스토크오일의 70억t은 로스네프트가 제시한 자원 기반으로, 상업 생산이 확정된 확인 매장량과는 구분해야 한다. 첫 선적은 러시아가 북극권 생산지와 아시아 시장을 연결하는 물류망을 가동했다는 점을 보여줬지만, 공급 확대 규모는 향후 선박 확보와 북극항로 운항 기간에 달려 있다.

이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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