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담보대출 보유자들의 주택 순자산이 2026년 2분기 17조9000억달러(약 2경4219조원)로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르렀지만, 가계는 이를 대출이나 소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낮은 기존 모기지 금리가 추가 대출 수요를 제한한 결과다.
전체 주택 순자산 가운데 주택 소유자가 추가로 대출할 수 있는 가용 주택자산은 11조5000억달러(약 1경5560조원)였다. Cotality 자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보유자 1명당 평균 주택자산은 31만달러(약 4억1943만원)로 전 분기보다 6000달러 늘었다.
가용 주택자산은 대출기관이 요구하는 담보 여유분을 남긴 뒤 주택 소유자가 추가로 빌릴 수 있는 금액이다. 주택을 담보로 한 2순위 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한도대출(HELOC)을 통해 자금을 꺼내 쓸 수 있다.
하지만 2026년 2분기 신규 2순위 주택담보대출과 HELOC 취급액은 전 분기보다 약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가용 주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1%에 미치지 못했다.
톰 말론(Thom Malone) Cotality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자산이 가장 많은 차입자일수록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낮다”며 “낮은 모기지 금리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갖고 있고, 이사할 이유도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택자산이 큰 차입자일수록 기존 대출 조건을 유지하면서 추가 대출을 피할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미국 주택시장에서 나타난 이른바 ‘금리 고정’ 효과도 가계의 자산 활용을 제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주택을 매입했거나 당시 대출을 받은 차입자는 현재보다 훨씬 낮은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당시 낮은 금리로 대출받은 가계는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이 때문에 주택 개보수나 자녀 교육비 같은 지출을 기존 현금흐름으로 충당할 수 있고, 더 높은 금리의 2순위 대출을 선택할 유인도 낮다.
지역별 격차도 컸다. 하와이와 캘리포니아의 평균 주택자산은 60만달러(약 8억1180만원)를 웃돌았고, 매사추세츠도 40만달러(약 5억4120만원)를 넘었다.
반면 루이지애나·오클라호마·아이오와의 평균 주택자산은 10만달러대에 머물렀다. 이미 주택자산이 많은 지역에서 집값 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나면서 지역 간 격차는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가치가 하락해 자산이 줄기도 했다. 텍사스·미네소타·콜로라도·메릴랜드와 워싱턴DC 등이 해당 지역으로 거론됐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주택가치를 웃도는 ‘언더워터’ 대출 비중은 2.1%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 가계의 주택자산 자체는 견조하지만, 실제 현금화 여부는 기존 대출금리와 추가 대출금리, 지역별 주택시장 여건에 좌우되고 있다.

서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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