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유소 35곳 폐쇄…정유 능력 2009년보다 1억6760만t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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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정유 능력이 2009년보다 1억6760만t 줄었지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당장의 석유 공급 안보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정유 능력 감소에 따른 구조적 취약성과 현재의 물리적 연료 부족은 구분해야 한다.
경제학자 다니엘 라칼레(Daniel Lacalle)는 10월 11일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논평에서 유럽의 정유 능력 감소와 에너지 정책이 디젤 가격 부담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정치적 설계로 만들어진 문제'라고 표현했다. 정유소 폐쇄 원인을 환경 정책이나 세금으로 특정할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정유업계 단체 퓨어스유럽(FuelsEurope)은 EU와 영국·노르웨이·스위스에서 2025년 말 일반 정유소 72곳이 가동 중이었으며, 연간 원유 1차 처리 능력은 6억2540만t이라고 집계했다. 퓨어스유럽은 2026년 2월 발표에서 2009년 이후 유럽 정유소 35곳이 폐쇄되고 정유 능력이 20% 줄었다고 밝혔다. 두 수치는 업계 단체의 집계다.
EU 집행위원회 석유조정그룹은 9월 8일 항공유와 디젤 수요가 역내 정유 생산과 세계 시장의 대체 공급으로 충족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EU의 즉각적인 석유 공급 안보 우려도 없다고 밝혔다. 집행위원회는 10월 1일 브리핑에서도 공급이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유 능력은 일정 기간 정유소가 처리할 수 있는 원유 규모를 뜻하며, 실제 디젤 생산량이나 공급량과는 다르다. 따라서 처리 능력이 줄었다는 통계만으로 현재 연료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가격 부담과 수입 의존에 따른 취약성도 실제 물량 부족과 구별해야 한다.
라칼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9일 발표한 러시아산 디젤 공급이 유럽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디젤 30만t 이상을 즉시 공급하고, 11월 50만t과 이후 100만t을 추가로 내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물량은 실제 인도량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같은 날 러시아산 디젤의 판매·인도·하역·수입 거래를 허용하는 일반면허 135호를 발급했다. 이 면허는 미국의 특정 거래를 허용한 조치로, EU의 러시아산 수입 허가를 뜻하지 않는다. 발표된 공급 규모만으로 유럽에 도착할 물량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러시아의 정유 여건도 공급 발표와 별도로 살펴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9월 17일 러시아의 6월 정유 처리량이 하루 380만 배럴로 전년보다 약 30% 낮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디젤 생산도 2025년보다 거의 30%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IEA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확대와 러시아의 연료 수출 제한을 배경으로 들었다. 이 수치는 러시아의 생산 여건에 관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물량의 선적이나 유럽 도착을 확인해 주지는 않는다.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은 10월 6일 유럽 정유소를 주제로 전략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유럽의회에서 밝혔다. 집행위원회는 이틀 뒤 브리핑에서 논의 목표와 세부 방안은 전문가 회의에서 다룰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공급이 안정적이라는 EU 집행위원회의 설명과 중장기 정유 기반을 논의하려는 움직임은 함께 진행되고 있다. 정유소 폐쇄 원인을 특정 정책이나 세금으로 돌리는 주장은 라칼레의 해석이며, 폐쇄 사유별 자료는 제시되지 않았다.
디젤은 화물 운송과 농업, 제조업 등에 쓰이는 연료다. 유럽 디젤 가격과 정제유 압박을 다룬 본지 보도에서도 원유 가격만으로 정제유 시장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짚었다. 이번 사안이 가상자산이나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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