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 엣지 캐피탈, AI 열풍에도 한발 물러선 이유는

성장형 사모펀드인 리드 엣지 캐피탈(Lead Edge Capital)은 기술 기반 비상장 소프트웨어 기업에 집중투자하는 전략으로 업계를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시장 상황에 따라 직·간접 투자, 인수합병 등을 유연하게 병행하며 거래 구조를 다각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벤처 기업 지분을 되사는 ‘세컨더리 마켓’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 중이다.

리드 엣지 캐피탈 공동 파트너인 브라이언 나이더(Brian Neider)는 기술 스타트업 사이에서 투자자 간 평가차와 환금성 악화를 이유로 세컨더리 투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2021년 기업가치 30억 달러에 투자한 이와 5,000만 달러에 들어간 이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경우 기존 투자자들 간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세컨더리 거래는 이러한 교착 상태를 푸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은 유한책임출자자들이 펀드 지분을 내놓는 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이더는 “2020~2022년 시장 변동성에 따른 손실의 잔재가 앞으로 10년간 ‘수습과 기회’로 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드 엣지 캐피탈은 엄격한 분석 기준인 ‘리드 엣지 8’을 적용해 매년 약 9,000개 기업을 검토하고, 그중 900개만 투자 대상군으로 선정한다. 매출 1,000만 달러 이상, 연간 성장률 25% 이상, 총이익률 70% 이상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이 중 6가지 이상 요건을 갖춘 기업에만 투자를 검토한다. 현재까지 이 회사는 누적 60억 달러(약 8조 6,400억 원)를 모금했으며, 가장 최근 2022년에는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반면 AI에 대한 투자에는 비교적 신중한 입장이다. 나이더는 “AI 소프트웨어를 도입한 기업들이 실질적인 활용보다는 실험적 도입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고, 반복구매율이 낮은 경우도 적지 않다”며, “기술 자체보다는 고객들의 실제 사용성과 유지율에 투자 근거를 둔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궁극적으로는 그 제품이 조직에 뿌리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단순히 유행을 좇아 초기 매출만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밝혔다.

이같은 선택은 업계의 보편적인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생성형 AI 붐에 힘입어 다수의 벤처캐피털들이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거나, 관련 지분을 빠르게 매입하는 가운데 리드 엣지는 이 영역에서 일부러 한 발 물러서고 있다. 이를 두고 나이더는 “어떤 고객은 AI 제품을 지속 구매하지만, 또 다른 고객은 한 번 시도하고 끝내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하며 전략적 판단의 신중함을 재차 강조했다.

결국 리드 엣지 캐피탈은 안정성과 자본효율성을 중시하며, 장기적 수익성과 시장 내 지속 가능성을 갖춘 기업에 집중하겠다는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AI가 미래 산업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는 이들의 전략은, 투자 업계 안팎에서 적지 않은 울림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