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CFO는 숫자 관리자가 아니다… '성장 전략가'로의 진화

최근 CFO(최고재무책임자)의 역할이 대대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에는 회계와 준법 감시 중심의 전문 영역으로 인식됐던 재무 책임 분야가 이제는 기업의 전략적 성장을 이끄는 중심축으로 재정립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단순히 숫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넘어, 사업 운용 전반을 주도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데이브 스티븐슨이다. 그는 회계 배경 없이 아마존의 운영팀 출신으로 에어비앤비의 CFO를 맡았다. 그가 제공한 가치는 감사 역량보다 성장 지표에 대한 통찰력과 운영 전략에 대한 감각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거센 위기 상황에서도 에어비앤비가 회복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상업적 사고방식이 큰 힘이 됐다.

오늘날 CFO들은 단순히 재무 데이터를 분해하는 것을 넘어, 자본을 어떻게 운용해야 최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여전히 재무적 이해력이지만, 그보다는 투자 우선순위와 조직의 전략적 방향성에 대한 판단력이 더욱 중요하다. 예산은 숫자로 세울 수 있지만, 그 숫자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실행 의사결정을 끌어낼지는 결국 비즈니스 감각에서 비롯된다.

스타트업은 특히 혼란스럽고 변화무쌍한 환경에 놓여 있다. 우선순위는 계속 바뀌고, 수많은 가설이 시험되는 가운데 결정속도는 생존과 직결된다. 이때 CFO는 절차 중심의 관리자가 아니라 명료한 판단과 실행 기반을 제공하는 전략가로 기능해야 한다. 중요한 KPI를 정의하고, 비전과 실행 사이에 일관된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며, 혼란 속에서도 더 나은 결정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들의 진짜 역할이다.

오늘날 성공적인 CFO들은 창업자처럼 생각하고, 공동 창업자처럼 행동한다. 이들은 더 이상 조직 내 회계 전문가가 아니라, 조직의 미래 방향을 설계하고 끌고 가는 리더십 주체다. 투자 유치, 인수합병, 인력 확충 등 주요 결정의 분기점마다 ‘전략적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위기일수록 더욱 뚜렷한 판단을 제공하는 것이 이들의 진가다.

결국 CFO는 자격증이나 회계 지식만 필요한 자리가 아니라, 창업자 수준의 통찰과 판단이 요구되는 미래지향형 포지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숫자를 넘어서서 성장을 설계하고, 자본을 활용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실행력 있는 전략가’가 곧 오늘의 CFO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