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암호화폐 시장, 특히 비트코인(BTC)에 있어 극적인 전환기를 의미하는 한 해로 기록됐다. 2025년 12월 3일 발행된 카이코(Kaiko) 리서치 브리핑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연초부터 10만 달러에 육박하는 가격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연말에는 대규모 청산 사태와 가격 조정을 겪으며 시장 심리가 급랭했다. 분석에 따르면, 미국 달러 약세와 기관 자금 유입이 상승장의 주요 동인이었다. 보고서는 비트코인이 8월 기준으로 미국 달러 대비 26%, 한국 원화 대비 19% 상승했으며, 이는 글로벌 통화 가치 변동에 따른 위험 선호 증가와 미국 정책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4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발표는 DXY를 약 6% 하락시키고, BTC와 금으로의 자금 유입을 견인한 사건으로 평가됐다.

기관 유입으로 인한 유동성 확대도 한몫했다. 카이코는 시장 깊이 증가가 비트코인 가격의 핵심 지지 요소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기업 재무부서의 매수와 BTC ETF 유입이 이러한 유동성을 촉진했고, 5월~8월 사이 98개 기업이 약 9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디지털 자산 매수 목적으로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블랙록(BlackRock)의 IBIT와 같은 ETF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 유입을 유도하며 시장 바닥을 지탱했다. 하지만 가격 하락기로 진입하면서 일부 기업들의 매도가 이어졌을 가능성도 언급됐다.

비트코인 외에도 이더리움(ETH)과 리플(XRP)의 반등이 주목됐다. 7년간 침체를 겪은 XRP는 2025년에 2~3달러까지 상승하며 처음으로 본격적인 랠리를 보였고, ETH는 2021년 이후 처음으로 4,000~5,000달러 수준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알트코인의 부활은 BTC 중심 시장의 다양화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낙관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10월 10일 발생한 역사적 대규모 청산 사태를 ‘기록상 최악의 청산 이벤트’로 지목한다. BTC, ETH 등 주요 코인이 하루 만에 60% 가까이 하락했으며, Bybit와 OKX에서는 각각 7,200만 달러, 3,200만 달러의 BTC 롱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 이날 하루에만 약 20억 달러 규모의 청산이 발생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구조적 불안정성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MiCA 규제 도입 이후 변화가 뚜렷했다. EURC와 EURCV 등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2024년 6월 MiCA 시행 이후 거래량이 급증했다. 특히 써클(Circle)의 USDC는 3~4월 두 달 연속 전세계 거래량 기록을 경신했으며, 이는 바이낸스가 전체 USDC 거래의 57%를 주도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마지막으로, 2025년은 미국에서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 구조가 공식 출시 승인을 받은 해이기도 하다. 2025년 기준, 전체 비트코인 거래량 중 무기한 선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68%에 달했으며, 바이낸스, OKX, 바이빗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통 금융기관 또한 무기한 선물 유사 구조 상품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으며, Cboe에서는 10년 만기 ‘연속 선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정리하면, 2025년은 비트코인을 필두로 암호화폐 시장 전반이 극단적 변동성과 구조적 전환점을 동시에 경험한 해였다. 사상 최고가와 최악의 청산이 공존한 이 해의 경험은, 향후 시장 참여자들에게 어떤 교훈을 남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