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시드 투자 시장에서 과거의 ‘소규모 실험 자본’이라는 고전적인 개념을 완전히 재정립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해는 소수의 AI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압도적인 규모의 시드 자금이 몰리며, 투자금 유입과 시장 집중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특히 미국이 주도한 대형 시드 라운드가 글로벌 자금 흐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지형도를 뒤흔들었다.

통상 시드 라운드는 수백만 달러 수준에서 마무리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2025년에는 1,000만 달러(약 144억 원) 이상 규모의 시드 투자가 700건 가까이 성사되며 기록적 수준에 도달했다. 실제로 올해 미국에서만 1억 달러(약 1,440억 원)를 넘긴 시드 투자가 수 차례 이뤄졌는데, 대표 사례로는 전 오픈AI(OpenAI) CTO 미라 무라티(Mira Murati)가 공동 창업한 신생 AI 기업 ‘씽킹머신랩(Thinking Machines Lab)’이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의 초기 투자금을 유치한 건이 있다. 이 한 건만으로도 미국 내 초대형 시드 투자금 총액 중 절반 이상이 충당됐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기술 분야의 확산 역시 시드 자본을 강하게 끌어당긴 요인이다.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AI 분야에 집중된 시드 투자 비중은 전체의 42%에 달해 지난해의 30%를 훌쩍 뛰어넘었다. 액수로 환산하면 AI 스타트업에만 150억 달러(약 21조 6,000억 원) 이상이 흘러들었다. 이는 2024년 대비 약 50% 증가한 수치로 AI 중심 창업 생태계가 여전히 질주 중임을 방증한다.

이 같은 열기는 지역별로도 뚜렷한 양상을 보였다. 미국 스타트업들은 올해 글로벌 시드 투자 금액의 절반에 가까운 180억 달러(약 25조 9,000억 원)를 끌어들이며 역대 최고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전통적으로 40% 초반 수준에 머물렀던 미국의 비중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씽킹머신랩과 언컨벤셔널AI(Unconventional AI) 등 초대형 AI 기반 기업에 집중된 투자가 미국 내 유치 금액 증가를 이끈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편 이런 대규모 투자 트렌드는 시드 투자의 본질적 개념에도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과거에는 '작은 베팅'에서 시작해 성장 가능성을 타진하던 구조였다면 이제는 수많은 자금이 소수 기대주에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신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잠재적 수익이 높은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려는 투자자들의 전략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높은 투자금은 그 자체로 기업의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이제 1억 달러 이상의 시드 자금을 유치한 기업들은 상당한 성장 압력에 놓이게 된다. 이들은 조기에 엑시트를 달성하기보다는 중장기적 상장이나 인수전에서의 강력한 주자로 성장해야 한다는 시장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결국 2025년이라는 한 해는 시드 라운드라는 형식을 빌려 사실상 프리시리즈 A 또는 시리즈 A 수준의 평가를 받은 스타트업들이 본격적으로 전면에 나선 시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