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Ep.312ㅡ암호화폐 열기 속 160조 ‘자금 유출’…한국은 왜 수익을 놓치고 있는가

2025년 한국 암호화폐 시장에서 약 160조 원의 자금이 해외 거래소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타이거리서치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투자 열기는 세계에서 손꼽히지만, 실제 수익과 수수료는 대부분 바이낸스 등 외국 거래소에 흘러가고 있다. 이 현상은 단순한 자산 이동이 아니라, 국내 암호화폐 산업의 구조적 수익 기반이 해외로 넘어가고 있다는 심각한 경고로 읽힌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 이용보다 해외 거래소 선호가 가속화되는 이유는 '투자 기회의 비대칭성'이다. 국내 거래소는 엄격한 규제 탓에 현물 중심 거래만 가능하지만, 해외 거래소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파생상품과 프리마켓 등 다양한 투자 수단을 제공한다. 특히 바이낸스는 상장 전 프리마켓까지 운영하며 TGE(토큰생성이벤트) 이전부터 초기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의 자금은 이 ‘초기 수익 기회’를 좇아 해외로 이동하는 추세다. 보고서는 2025년 1~9월 사이에만 약 124조 원이 해외 거래소로 이동했다고 분석했으며, 연간 기준으로는 1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이 자금 유출로 인해 발생하는 거래 수수료 역시 국내로 귀속되지 않는다. 추정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2조 7,300억 원, 바이빗은 1조 1,200억 원 등, 주요 해외 거래소의 한국 투자자 수수료 수익 합계는 약 4조 7,7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업비트, 빗썸 등 국내 5대 거래소의 2024년 연간 영업 수익(1조 7,837억 원)의 약 2.7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더 나아가 보고서는 이 같은 현상이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구조적 경로 이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알트코인 중심의 단기 수익 전략에 익숙한데, 해외에서 이미 가격 상승이 끝난 후 국내 거래소에 늦게 상장되면서 손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사전 상장을 노리고 해외 거래소에서 먼저 포지션을 잡으려 하는 흐름으로 전환됐다.

이런 구조적 문제에 단순한 거래소 차단 정책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서치는 “차단이 단기 대응책이 될 수는 있으나, 자금은 규제의 틈을 피해 탈중앙화거래소(DEX)로 이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만도 2025년 상반기 중 약 2.7조 원이 메타마스크 등 개인 지갑으로 빠져나갔으며, 글로벌 DEX 거래 비중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 역시 사용자 경험이 향상된 Perp DEX 등 무기한 선물 거래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보고서는 해외 거래소 차단보다, 규제와 혁신이 균형을 이루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투자자 보호는 필수지만 국내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수준의 규제는 오히려 자금과 기술 역량의 해외 유출을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이 암호화폐를 제도권 금융 안으로 전략적으로 편입하고 있는 만큼, 한국 또한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양한 상품 실험과 기술적 혁신이 허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된다.

본 리서치는 카이코의 거래소 데이터와 아캄 인텔리전스, 듄 등 온체인 데이터를 활용해 수수료 추정 및 자금 흐름을 분석했다. 바이낸스 내 한국인 점유율을 15~25%로 가정해 탑다운 방식으로 추산한 결과, 연간 수수료 지출액은 2조 500억~3조 4,170억 원으로 예측됐으며, 바텀업 방식으로는 2조 7,300억 원으로 추정돼 양 접근법 간 정합성이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