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뒤덮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금융 시장의 혼란으로 번지고 있다. 정국 불안으로 자국 화폐인 리알(Rial)화 가치가 수직 하락하자, 이란 국민들이 생존을 위해 비트코인(BTC) 확보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시위가 격화된 테헤란을 중심으로 은행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우려가 커지면서 비트코인이 유일한 자산 피난처로 급부상했다. 이는 단순한 투자가 아닌, 자산을 지키기 위한 '디지털 망명'에 가깝다. 토큰포스트가 이란 발(發) 크립토 수요 급증의 배경과 시장 시사점을 분석했다.
"은행을 믿을 수 없다"… 비트코인으로 몰린 생존 자금
현재 이란 내에서는 정부의 계좌 동결과 인터넷 차단 조치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은 추적이 어렵고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비트코인을 찾고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한 시민들이 곧바로 장외거래(OTC) 시장이나 P2P(개인 간 거래) 플랫폼으로 달려가 비트코인을 매집하고 있다. 리알화 가치가 매 시간 단위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변동성이 크다는 비트코인이 오히려 리알화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치솟는 '이란 프리미엄'… 웃돈 줘도 못 산다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면서 이란 내 비트코인 가격은 글로벌 평균 시세를 훨씬 웃돌고 있다. 이른바 '이란 프리미엄'이다. 코인데스크 리포트에 따르면 이란 내 P2P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은 글로벌 현물 시세 대비 약 15~20%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일부 절박한 매수자들은 이보다 더 높은 웃돈을 제시하며 스테이블코인(USDT)과 비트코인을 구하고 있지만, 매도 물량은 씨가 마른 상태다. 정부가 인터넷 접속을 간헐적으로 차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메시징 앱과 위성 인터넷 등을 통한 음성적인 거래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디지털 금'의 진가가 드러나다
이번 사태는 비트코인이 왜 '지정학적 헤지(Hedge) 수단'이자 '검열 저항적 화폐'인지를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금(Gold)과 같은 실물 자산은 보관이 어렵고 탈출 시 국경에서 압수당할 위험이 크다. 반면, 비트코인은 니모닉(복구 문구)만 기억하면 전 세계 어디서든 자산을 복원할 수 있다. 이란의 시위 참가자들과 일반 시민들에게 비트코인은 단순한 코인이 아닌, 국가 통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유의 티켓'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영향은? "매도 압력 흡수할 명분"
이란 발 매수세가 전체 글로벌 비트코인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하지만 시장 심리(Sentiment)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글로벌 거시 경제가 불안할 때마다 비트코인이 대안으로 떠오른다는 서사(Narrative)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미국 ETF 자금 유입과 맞물려 비트코인의 하단을 단단하게 지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비트코인의 '무국적성'과 '희소성'이 부각되며 장기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