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장의 승자가 반드시 가장 큰 모델을 만든 기업일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성능은 비슷하면서 가격은 훨씬 싼 AI 모델이 빠르게 확산하면서다. 그 중심에는 사용자가 모델을 내려받아 직접 수정하고 운영할 수 있는 ‘오픈웨이트(Open-weight)’ 모델이 있다.
오픈웨이트 모델은 챗GPT 같은 폐쇄형 모델과 구조부터 다르다. 폐쇄형 모델은 개발사가 서비스를 통제하고 이용자는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낸다. 반면 오픈웨이트 모델은 기업이 모델을 직접 설치하고, 내부 데이터에 맞게 조정하며, 자체 서버나 사설 클라우드에서 운용할 수 있다. 모델의 두뇌에 해당하는 가중치를 공개해 사용자가 목적에 맞게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선택이다. AI를 수백만 번, 수십억 번 호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건별로 사용료를 내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오픈웨이트 모델을 활용하면 토큰 비용을 줄이고, 고객 정보와 사내 문서를 외부 기업에 넘기지 않은 채 AI를 운영할 수 있다. 금융·의료·정부처럼 데이터 보안과 저장 위치가 중요한 분야에서는 특히 유리하다.
물론 공짜 점심은 없다. 모델 자체가 무료라고 해도 서버와 반도체, 전력,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다시 조정해야 하고, 보안 장치가 제거될 위험도 있다. 저작권 침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질지도 불분명하다. 기술력이 부족한 기업이 무턱대고 자체 AI를 운영했다가는 비용과 위험을 동시에 떠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시장의 방향은 분명하다. 모든 업무를 하나의 초대형 AI에 맡기는 시대에서, 업무별로 여러 모델을 골라 쓰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복잡한 추론은 폐쇄형 최고 성능 모델에 맡기고, 문서 분석·코딩·고객 응대처럼 반복적이고 비용에 민감한 업무는 오픈웨이트 모델이 처리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이미 폐쇄형과 개방형 모델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향후 오픈웨이트 모델의 성능이 폐쇄형 모델과 비슷해진다면 AI 산업의 수익 구조는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모델 사용료는 급락하고, 막대한 돈을 들여 초거대 모델을 개발해 온 일부 기업은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기업용 서버, 보안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 AI 모델 관리·연결 기술은 새로운 수혜 산업으로 떠오를 것이다. AI의 가치가 모델 자체에서 기업별 데이터와 응용 서비스로 이동하는 것이다.
한국도 선택을 서둘러야 한다. 해외 초거대 AI 기업의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그쳐서는 데이터도 기술도 남지 않는다. 정부와 기업은 특정 모델에 종속되지 않는 오픈웨이트 생태계를 키우고, 한국어 데이터와 산업별 전문성을 축적해야 한다. 동시에 보안과 책임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AI 패권은 가장 비싼 모델을 보유한 국가가 아니라, 가장 많은 기업과 국민이 AI를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만든 국가가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의 승자가 통신망을 독점한 기업이 아니라 그 위에서 서비스를 만든 기업들이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AI 모델이 범용 기술이 되는 순간, 진짜 경쟁은 모델의 크기가 아니라 누가 더 빠르고 안전하게 산업에 적용하느냐에서 벌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