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미·중 통상 협상 앞두고 하락 마감…투자자 '관망 모드'

미국 증시가 주간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데 실패하며 소폭 하락 마감했다. 투자자들이 미국과 중국 간 주말 예정된 통상 협상을 앞두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주요 지수는 장 초반의 상승분을 반납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 500 지수는 0.1% 하락하며 2거래일 연속 상승세에 마침표를 찍었다. 주간 기준으로도 약 0.5% 하락하며 약세 전환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3%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지만, 주간 기준으로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날 시장은 특히 주말 예정된 미·중 통상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자동차 업계에 관세 유예를 시사하며 강경 기조를 다소 누그러뜨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세부 내용이 여전히 불투명한 만큼 투자자들은 관망세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당장 관세나 무역 장벽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기술 및 제조 업종에 대한 불확실성은 단기 조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목별로는 인슐린 펌프 제조업체 인슐렛(Insulet, PODD)이 깜짝 실적과 연간 매출 가이던스 상향 조정에 힘입어 20% 이상 폭등하며 S&P 500 내 최대 상승 종목에 올랐다. 제프리스는 해당 종목의 목표주가를 기존 350달러에서 360달러로 상향 조정하며 긍정적 전망을 덧붙였다.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Microchip Technology, MCHP)도 시장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하자 12.6% 급등했다. 비록 4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7% 감소했지만,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수준보다는 양호하다는 평가가 주가 반등을 이끌었다.

테슬라(TSLA) 역시 4.7% 상승하며 3주 연속 주간 상승을 이어갔다. 특히 미국에서의 새로운 무역 협정 기대감이 모멘텀을 제공했다. 주 초반 유럽과 중국에서의 판매 둔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지만, 점차 낙관론이 확대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반면, 클라우드 및 보안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아카마이(Akamai Technologies, AKAM)는 스코샤은행의 목표주가 하향 조정 영향으로 10% 넘게 급락했다. 해당 은행은 목표주가를 107달러에서 105달러로 내렸으며, 종가는 약 76달러 선으로 밀려났다.

여행 예약 플랫폼 기업 익스피디아(Expedia, EXPE)는 부진한 1분기 성적표와 함께 연간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주가가 8% 가까이 빠졌다. 아리안 고린 CEO는 미국 내 여행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매출을 일정 수준 유지했다고 설명했지만, 투자자들의 우려는 여전했다.

이밖에 WWE와 UFC를 보유한 TKO 그룹 홀딩스(TKO)는 월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발표로 5.5% 하락했다. 다만 연간 매출 전망은 상향 조정했다는 점에서 완전한 실망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주말 미·중 고위급 통상 대화를 앞두고 금융시장은 다시 한번 긴장감 속에 방향성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기조가 실제로 후퇴할지, 추가 협상 진전이 이뤄질지 여부가 다음 주 증시 흐름을 가를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