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美 관세폭탄에도 3,200선 돌파…반도체株 기대감 상승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본격 시행된 가운데에도 코스피 지수가 다시 3,200선을 돌파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을 정조준한 추가 관세 방안이 한국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국내 증시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29.54포인트(0.92%) 상승한 3,227.68에 거래를 마감하며 5거래일 만에 종가 기준으로 3,200선을 다시 넘겼다. 이는 최근 미국이 일방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수입품 관세 조치에도 불구하고 그 파급력이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미 관세 이슈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더 이상의 악재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로 해석됐다.

이번 관세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것으로, 한국 시간으로 7일 오후 발효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품목에 대해 최대 100%의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미국 내에 제조 시설을 보유하거나 건설 계획이 있는 기업에는 예외 적용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이는 이미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장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대형 반도체 기업에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대로 중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더해 애플이 미국 내 생산시설에 1천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발표한 점도 한국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에서의 생산 확대는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고, 이는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같은 날 발표된 중국의 7월 수출입 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양호한 성과를 보이면서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을 자극한 것도 코스피 상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낙관 일변도로 보기엔 이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협상 방식,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의 여전히 불확실한 기준금리 방향, 고위험 자산에 몰리는 개인 투자 흐름 등은 단기 시황에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발표할 추가 관세 품목과 수준을 주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 유수 대형주의 흐름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편 글로벌 투자 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한국 지수 변경도 이목을 끌었다. 두산, 효성중공업, LIG넥스원이 신규 편입되는 대신 CJ제일제당, LG이노텍, SKC는 제외됐다. 이러한 지수 조정은 해당 종목을 포함하는 글로벌 패시브 펀드 자금의 유입과 유출에 직결되며,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미중 간 무역 긴장과 각국의 산업 전략이 한국 경제에 어떤 파급을 미칠지에 따라 향방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반도체 산업처럼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핵심 위치를 점한 분야에서는 지정학적 긴장이 곧 기업 가치에 직결되는 만큼, 향후 발표될 미국의 관세 구체안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