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도 미국株 쓸어 담은 개미들… 반도체 ETF에 6억 달러 베팅

연합뉴스

2025.12.20 (토) 08:29

고환율과 AI 기술주 과열 우려 속에서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가 급증했다. 디렉시온 반도체 3X ETF에만 6억 달러 이상이 쏠리며 저가매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고환율에도 미국株 쓸어 담은 개미들… 반도체 ETF에 6억 달러 베팅 / 연합뉴스

고환율과 인공지능 기술주의 과열 논란 속에서 주춤했던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가 다시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달러 강세와 미국 증시 조정 국면이 맞물리며, 일부 투자자들이 저가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자료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12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약 4억6천890만 달러 규모의 미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전주 동기인 8일부터 12일까지의 순매수 금액(2억2천828만 달러)과 비교해 약 두 배 많은 수치다. 최근 수주간 감소 추세를 보이던 미국 주식 순매수 흐름이 이번 주 들어 뒤집힌 셈이다.

투자 심리 회복의 배경에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예상치 하회와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실적 호조가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지표 둔화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로 보고 있다. 또한, 마이크론이 발표한 실적이 AI 중심 기술주에 대한 과열 우려를 일정 부분 완화시킨 것도 매수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반도체 업종에 레버리지 전략이 적용된 ETF였다. 미국 ICE 반도체 지수를 세 배 수익률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인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ETF’가 대표적이다. 해당 상품의 순매수액은 6억1천907만 달러로, 2위인 브로드컴(1억195만 달러)과도 큰 격차를 보였다. 이는 국내에서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높다는 점을 반영한다.

이러한 회복세는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나타났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82원을 넘기며 외환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고, 정부는 고환율의 원인 중 하나로 민간의 해외투자 확산을 지목해 경고성 메시지를 낸 바 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해외주식 영업을 두고 문제 소지가 발견될 경우 현장검사와 영업 중단까지 고려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며 감독 강화를 예고했다.

한편,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매도세로 돌아선 상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12월 1일부터 12일까지는 3조3천772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으나, 15일부터 18일까지는 3조576억 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특히 16일 하루 동안에만 약 1조4천억 원어치를 매도해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 향한 관심이 반등 여지를 보이고 있음을 의미하지만, 외환시장 불안과 국내외 경제 지표 변동성, 정부의 감독 기조 등을 고려할 때 추세 전환으로 보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와 기업 실적 흐름, 달러 강세 지속 여부 등이 서학개미의 행보를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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