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은 레버리지 투자 축소와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 최근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급락한 흐름을 두고, 시장을 흔들었던 과도한 차입 투자와 투기적 거래가 상당 부분 정리된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지난 6월 29일 장중 97.99까지 치솟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시장 참가자들이 앞으로의 주가 변동 폭을 얼마나 크게 예상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데, 지난달 말까지도 90선을 오르내리다가 이달 들어 70대 중반으로 빠르게 내려왔다. 통상 이런 움직임은 시장 불안이 다소 누그러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블룸버그는 이번 변동성 완화의 배경으로 반대매매에 따른 신용융자 잔고 감소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규제 강화를 꼽았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빌린 돈으로 주식을 샀다가 손실이 커졌을 때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대표 종목에 연동된 레버리지 상품의 거래량과 자산 규모도 줄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웠던 고위험 거래가 한풀 꺾였다는 설명이다. 당국의 규제 의도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과도한 차입 투자와 쏠림 현상이 시장 전체를 흔드는 상황을 줄이겠다는 뜻이 반영됐다는 얘기다.
다만 주가가 싸졌다는 평가만으로 투자심리가 곧바로 살아난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는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5.1배로 사상 최저 수준에 가까워졌다고 짚었다.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앞으로 1년간 예상되는 기업 이익과 현재 주가를 비교한 값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주식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급락장 이후 한국 주식이 지표상으로는 매력적인 가격대에 들어왔다는 뜻이지만, 시장의 체감 위험은 여전히 높다는 점이 걸림돌로 남아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이런 점을 의식해 한국 시장에 서둘러 복귀하지 않고 있다. 템플턴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이핑 랴오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매력과 실적 전망이 비교적 견조하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앞서 나타난 급격한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을 조심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지금 시장은 저평가 매력과 변동성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는 구간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변동성 지표가 추가로 안정되고 레버리지 거래 축소가 이어질 경우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복귀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불안 심리가 다시 자극되면 반등 속도는 예상보다 더딜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