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이번 주 크레디트 채권 매수 규모가 2천억 원으로 추정됐다. 두 달 넘게 이어진 매주 수조 원대 우량채 매수 흐름과 달라지면서 국내 크레디트 발행시장은 대형 매수 주체의 자금 집행 방식 변화를 살피고 있다.
연합인포맥스는 채권업계를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이번 주 국가철도공단채권 3년물 2천억 원어치를 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해당 채권은 12일 4.107% 금리로 발행됐고, SK하이닉스는 지난주 투자를 확정한 뒤 이번 주 자금을 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집행 규모는 최근 흐름과 차이가 크다. SK하이닉스는 6월 초부터 공사채, 은행채, 카드채, 여전채 등 우량 크레디트물을 매주 수조 원 넘게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2일에는 한전채, 카드채, 농금채 등을 포함해 총 2조7천600억 원 규모 발행이 이뤄졌고, SK하이닉스 자금이 주요 수요로 거론됐다. 대형 매수 주체의 자금 유입이 발행 물량을 흡수하며 조달 조건에 영향을 준 흐름이었다.
이번 주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공사채와 은행채, 카드채, 여전채 발행 조율 과정에서 SK하이닉스가 불참 의사를 보인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는 앞서 SK하이닉스의 매수 둔화 가능성이 공사채 발행 조건에 반영됐다고 전했다. 당시 한국전력공사채 발행금리는 민평금리보다 최대 7.9bp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채권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자금 집행이 완전히 멈췄다기보다 내부 투자 기준을 다시 점검하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연합인포맥스는 SK하이닉스가 최근 발행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전일 민평금리를 기준으로 투자에 나서면서 실제 시장금리와 차이가 생긴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민평금리는 민간 채권평가사가 산정하는 채권 평가금리다. 크레디트 채권 입찰에서는 이 금리를 기준으로 발행금리나 투자 희망 금리를 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시장금리가 하루 중 빠르게 움직이면 전일 기준 금리와 실제 거래금리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시장금리가 빠르게 하락한 날에는 SK하이닉스가 원하는 물량을 배정받지 못했고, 금리가 오른 날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채권을 산 경우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같은 방식의 자금 집행이 반복되면 대규모 투자자와 발행사 모두 입찰 조건을 다시 맞춰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정기 공시 일정도 변수로 작용했다. 2분기 정기보고서 제출 시한은 14일까지다.
자본시장법 시행규칙상 정기보고서를 제출하면 효력발생기간 3~5일이 생기고, 이 기간에는 채권 발행이 제한된다. 발행 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시기와 SK하이닉스의 투자 체계 점검이 겹친 셈이다.
SK하이닉스 자금은 최근 국내 크레디트 시장에서 핵심 수요로 작용했다. 본지는 앞서 SK하이닉스가 AA등급 이상 3년 이하 크레디트물을 중심으로 채권을 매수하며 발행시장 조달 공백을 메웠다고 보도했다.
크레디트물은 공기업, 금융회사, 기업 등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국채보다 신용위험이 붙기 때문에 수요가 약해지면 발행금리가 민평금리보다 높아질 수 있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연합인포맥스에 “내부적으로 자금 집행 프로세스를 정비한 뒤 이달 마지막주 정도에는 다시 투자를 재개하지 않겠냐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내부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에서 마침 정기 공시 기간을 활용해 투자 체계를 점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계속해서 자금이 쌓이는 만큼 투자가 중단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확인된 변화는 2천억 원 집행에 그친 점, 일부 발행물 조율에서 불참 의사가 확인된 점, 전일 민평금리 기준의 운용 방식이 시장금리 변동과 충돌했다는 점이다. 2분기 정기보고서 제출 시한은 14일까지이며, 채권 발행 제한 기간 이후 발행 물량과 SK하이닉스의 매수 재개 여부가 순차적으로 드러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