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텔 CEO에 극찬…불과 나흘 전 사퇴 압박과 '180도 입장 급반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인텔(INTC)의 리프부 탄(Lip-Bu Tan)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극찬을 보낸 것은 불과 며칠 전 그를 공개적으로 사퇴 압박했던 발언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탄 CEO와 백악관에서 직접 회동한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흥미로운 만남이었다”며 “그의 성공 스토리는 정말 놀랍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의 입장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인텔은 회동 직후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 기술 및 제조업 주도권 강화를 위한 논의가 솔직하고 건설적으로 이뤄졌다”며, 정부와의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에 감사를 표하며 지속적인 협력 관계 발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만남에서 트럼프는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과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와 함께 자리를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 측은 탄 CEO가 이들과도 추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발언 이전까지만 해도 트럼프는 이와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여왔다. 불과 나흘 전 그는 탄 CEO의 중국 기업 투자 이력을 문제 삼으며 “이해 상충이 명백하다. 사퇴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이후, 공화당 상원의원 톰 코튼 역시 프랭크 이어리 인텔 회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탄 CEO의 과거 중국 반도체 기업 투자 이력과 중국 군 관련 단체와의 연관성을 질의했다. 공교롭게도 탄은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 CEO로 재직하던 시절, 해당 회사가 미국 수출 규제를 위반하고 중국 대학에 민감한 소프트웨어를 판매했다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

탄 CEO는 이에 대해 백악관 방문 전 “인텔 이사회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며 “자신의 활동 및 우선순위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행정부와 소통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말레이시아 태생으로 싱가포르에서 성장한 뒤 약 40년 전 미국으로 유학했고, 현재는 미국 시민권자다.

인텔 수장으로 취임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그는 이미 대규모 감원과 파운드리 투자 축소 계획을 추진 중이다. 유럽에서의 사업 축소에 이어 미 오하이오주 반도체 공장의 공사 속도 조절 방침도 발표했으며, 이에 대해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동으로 트럼프가 다소 유화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탄 CEO를 둘러싼 논란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논의를 예고한 만큼, 향후 탄의 이익이 미국과 인텔에 집중되도록 하는 일종의 ‘보증장치’를 마련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까지는 시장 반응도 비교적 우호적이다. 트럼프가 탄에게 사퇴를 요구했던 시점에 3% 넘게 하락했던 인텔 주가는 이번 회동 소식에 시간외 거래에서 2% 이상 반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