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구 예산 100% 회복 선언…정부, ‘풀뿌리 과학’ 살리기 나선다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 축소로 인해 침체된 기초연구 생태계를 내년에 완전히 복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를 위해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기초연구 진흥 전략을 마련하고, 장기적인 연구 환경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8월 7일 충북 청주 충북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전임 정부의 기초연구 예산 삭감으로 훼손된 연구 생태계를 내년에는 100% 이상 수준으로 회복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배 장관은 연구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현재의 문제점과 대안을 논의했다. 간담회는 다양한 연령, 성별, 지역 출신의 연구자들이 참석해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개선안을 제시하는 시간이 됐다.

최근 연구 현장에서는 기초연구 과제 수가 급감하면서 연구의 자율성과 예측 가능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과제 폐지나 예산 삭감이 잦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연구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연구 수행을 희망하는 인력은 2021년 2만7천 명에서 올해 5만6천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 반면, 실제 과제 수는 같은 기간 1만5천183건에서 1만1천829건으로 2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오는 11월 ‘새정부의 기초연구 진흥 방안’(가칭)을 마련하기로 하고,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다. 해당 방안에는 기초연구 과제의 수적 확충뿐 아니라, 연구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장기적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풀뿌리 연구 역량 강화, 행정조치 간소화, 안정적인 연구자 지위 보장 등이 중점 추진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또한 배 장관은 인공지능(AI)과 양자기술 같은 첨단 분야에 대한 국가적 투자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AI 및 양자 분야에 최소한의 대응 투자가 시급하다고 지적하면서, 기초과학도 국민의 관심을 이끌 수 있는 연구 분야로 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초과학과 AI의 융합, 대학의 연구 기반 확충, 해외 우수 연구 인재 유치 방안 등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 복원 수준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의 정책 의도가 현장의 필요와 맞닿아 있는 만큼, 향후 예산 심의와 제도 개선 과정에서 실제 반영 여부와 실행 속도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