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여파로 과학기술 분야 연구자들의 실직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구직급여를 신청한 연구자 수가 급증하면서, 정책 변화가 현장 인력에 미친 영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자연·생명과학 연구직과 정보통신 연구개발직·공학기술직에서 구직급여를 신청한 인원은 총 2만 8천92명으로, 전년 대비 30.6% 증가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자연·생명과학 연구직은 6천331명으로 25.6% 늘었고, 정보통신 및 공학기술직은 2만 1천761명으로 32.2% 증가했다.

구직급여(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실직했을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생계를 지원하는 제도로, 신청자 수가 급증했다는 것은 구조조정이나 계약 중단 등으로 실직한 연구자 수가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2023년 본격화된 R&D 예산 감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록 2025년 들어 R&D 예산이 증가하면서 실직자 증가 추세는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 여진은 지속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자연·생명과학 분야에서만 3천955명이 구직급여를 신청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예상되는 전체 신청자 수는 약 6천78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대비 약 7% 증가한 수치여서, 일자리를 잃은 연구자 수가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보여준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30대 이하의 신진 및 청년 연구자들이 이 같은 예산 축소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자연·생명과학 및 정보통신 분야 구직급여 신청자 중 30대 이하의 비중이 각각 73%, 70%에 달했다. 이는 장기간에 걸쳐 정부 연구과제 참여 등을 통해 경력을 쌓는 젊은 연구자들이 일자리 불안에 노출됐다는 의미이며, 미래 과학기술 인재 육성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이에 정부는 2026년 연구개발 예산을 35조 3천억 원으로 책정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증액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정권 시기의 예산 삭감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진상 조사에도 착수했다. 연구 생태계 회복을 위한 제도적 점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R&D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산의 단기적 증감보다는 장기적 투자 안정성과 인재 보호 체계가 갖춰져야 과학기술 경쟁력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R&D 분야가 국가 혁신의 핵심 축인 만큼, 향후에도 예산 편성과 인력 지원 방식에 대한 검토가 지속적으로 요구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