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노동조합 연합인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직회의(AFL-CIO)가 미 상원의 암호화폐 규제 법안 초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AFL-CIO는 해당 법안이 근로자 보호 장치가 부족하고, 암호화폐 산업 전반을 지나치게 느슨하게 규제한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AFL-CIO는 지난 4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공식 서한을 보내 '책임 있는 금융 혁신법(RFIA)'이 금융시스템 전반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FL-CIO 수석 법률 책임자인 조디 칼레민(Jody Calemine)은 이 법안이 암호화폐를 퇴직연금자금과 연결지으며 미국 경제의 금융 안정성 전반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안은 암호화폐 산업이 충분한 감독 없이 금융 시스템 내에서 더 광범위하고 심층적으로 작동하도록 허용하게 될 것”이라며 업계에 대한 적절한 견제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문제의 법안은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 상원의원과 커스틴 질리브랜드(Kirsten Gillibrand) 상원의원이 지난 2022년 처음 발의한 것으로, 올해 초 개정돼 다시 논의 중이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하원이 지난 7월 통과시킨 ‘CLARITY법’ 대신 RFIA를 중심으로 대체 입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각 법안은 관할 기관과 규제 초점이 달라, 조율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칼레민은 “노동계는 디지털 자산의 변동성과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체계 개선 노력에는 동의한다”며 “그러나 이번 법안은 규제를 가장한 ‘허울뿐인 법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RFIA가 401(k)와 같은 퇴직금 계좌 및 연금 펀드의 암호화폐 투자를 사실상 허용함으로써, 근로자들의 경제적 노출을 오히려 확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가로, 칼레민은 예금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FDIC 예금보험기금이 암호화폐 수탁을 허용한 은행의 실패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이 법안은 증권 및 자산의 토큰화를 명문화하며, 민간 기업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을 우회한 채 ‘그림자 주식시장’을 만드는 길을 열어준다”고 비판했다.

AFL-CIO는 현재 1,200만 명 이상의 조합원을 대표하는 미국 최대 노동단체로, 해당 입장은 암호화폐가 미국 실물 경제와 노동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책적 서사의 균형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 등 암호화폐 수용 입장을 밝힌 공화당 주요 인사들과 상반된 시각 속에, 디지털 자산 규제를 둘러싼 입법 논의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