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러시아 루블 기반 스테이블코인 A7A5에 대한 제재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달러가 아닌 통화에 연동된 글로벌 최대 규모의 스테이블코인으로, EU는 해당 자산이 러시아 정부의 제재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EU 내부 제안서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EU 소속 기업 및 개인이 직접 혹은 제3자를 통해 A7A5와 거래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벨라루스·중앙아시아 소재 일부 은행들도 제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이들 은행은 암호화폐를 이용해 제재 대상 기업들이 거래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움직임은 지난 9월 19일 시행된 제재에 이은 EU의 추가 조치다. 당시 EU는 러시아 국민을 위한 모든 암호화폐 거래를 차단하고, 러시아와 연관된 외국 은행들과의 암호화폐 관련 거래를 봉쇄했다. 암호화폐는 러시아가 국제 금융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 수단 중 하나로,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 흐름을 강력히 단속하고 있다.

국제 리스크 분석 기관 인티그리티 리스크 인터내셔널은 러시아가 제재 회피를 위해 사용하는 주요 방식으로 암호화폐 이외에도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운영, 제3국을 통한 우회 거래, 원산지 위장 수출입 등을 경고했다. 전 세계 수백 척 선박으로 구성된 이 불법 네트워크는 러시아 석유 및 기타 제재 품목의 실제 출처를 숨기고 있다. 또한 미국 싱크탱크 랜드(RAND)는 2024년 12월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가 불법적인 금 거래를 이용해 제재 자금을 세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역설적으로, A7A5의 시가총액은 EU 제재 발표 직후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암호화폐 데이터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9월 26일 기준 A7A5 시가총액은 약 1억 9,460만 달러(약 2,707억 원)에서 4억 9,100만 달러(약 6,821억 원)로 단 하루 만에 약 250% 상승했다. 이는 일부 투자자들이 이 토큰을 제재 회피나 자금 분산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EU는 앞으로도 러시아와 연계된 암호화폐 생태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전망이며, 디지털 자산이 국제정치에서 새로운 갈등의 무대가 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