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 정부의 인공지능(AI) 규제 권한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명령은 주 단위 AI 법안들과 연방 정부의 정책 간 충돌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빠르면 오는 금요일 발표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백악관이 마련 중인 해당 명령 초안은 ‘국가 AI 정책의 주 법률 방해 제거’라는 제목을 달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등 일부 주에서 통과된 AI 규제 법안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이들 주는 최근 AI 모델 개발자에게 리스크 완화 방안 공개 등을 요구하는 법안을 추진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같은 지방 규제가 AI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행정명령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30일 이내에 ‘AI 소송 대응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게 된다. 이 조직은 주 법률이 헌법상 주간 상거래 조항을 침해하거나, 연방 규제로 대체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에 대한 소송을 주도한다. 법무장관의 판단 하에 위헌 또는 위법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법률이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무부는 이 태스크포스를 지원하며, 90일 내에 연방 정부의 정책 목적과 충돌하는 주 단위 AI 규제를 식별할 책임을 맡는다. 이 평가는 추후 법적 대응의 근거 자료로 활용되며, 행정명령은 상무부에 주 정부가 AI에 대해 지나치게 제한적인 입장을 취할 경우 관련 연방 보조금의 지급을 제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구체적으로는 농촌 지역 인터넷 인프라 확충을 위한 광대역 형평성·접근·배포 프로그램(BEAD) 보조금이 핵심 사례다.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연방통신위원회(FCC)도 이 규제 대응 방안에 참여한다. FTC는 주 단위의 AI 규제가 연방 차원의 ‘불공정하거나 기만적인 행위’를 금지하는 법과 충돌하는지를 분석하며, FCC는 AI 모델의 연방 차원의 보고 및 공개 기준 제정을 검토 중이다. 이 기준은 주마다 상이한 공개 요건을 하나의 연방 규범으로 통일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이번 행정명령 외에도 궁극적으로 새로운 AI 연방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상원은 주 정부가 향후 10년간 신규 AI 규제를 도입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안건을 99대 1로 부결시킨 바 있다. 이는 AI 규제의 주도권을 연방정부가 독점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여전히 강하다는 방증이다.

유럽연합도 이와 유사한 방향으로 규제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규제 적용을 늦추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AI 기업이 훈련 데이터를 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데이터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함께 추진 중이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현실화될 경우, AI 분야에 대한 미국 내 정책 방향은 보다 명확한 연방 주도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연방정부가 산업계 친화적인 방향으로 규제 환경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향후 주와 연방 간 AI 규제 충돌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