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 도입 논의가 대형 법인보험대리점의 자본력과 내부통제 수준을 가르는 기준으로 떠올랐다. 단순 판매 조직에 가까웠던 법인보험대리점에 계약 유지관리와 사고 접수 대행 권한을 주는 대신 금융회사에 가까운 책임을 지우는 구조다.
국민참여입법센터는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등 10인이 지난 11일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고, 법안이 1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보험설계사 1000명 이상을 고용한 대형 보험대리점이 44개, 소속 설계사가 18만명을 넘었다는 점을 제도 개편의 배경으로 들었다.
개정안은 대형 보험대리점을 ‘보험판매전문회사’로 정의하고 금융위원회 등록을 받도록 했다. 등록된 회사는 보험모집 외에 △보험계약 유지관리 △보험사고 접수대행 △소액보험금 지급대행 △사업비 협상 등을 맡을 수 있다.
이는 보험판매전문회사 법안이 대형 보험대리점 44곳과 설계사 18만명 시장을 겨냥했다는 본지의 앞선 보도와 이어지는 내용이다. 당시 개정안은 대형 판매 채널의 업무 권한을 넓히는 동시에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시됐다.
법인보험대리점은 여러 보험회사의 상품을 비교해 판매하는 유통 채널이다. 특정 보험회사 전속 판매망과 달리 여러 회사의 상품을 함께 취급하기 때문에 소비자 접점은 넓지만, 판매 이후 계약 관리와 책임 소재를 둘러싼 제도 정비 필요성도 함께 제기돼 왔다.
보험판매전문회사는 이 가운데 일정 요건을 갖춘 대형 대리점에 별도 법적 지위를 주는 제도다. 기존 보험모집 중심 역할에서 계약 유지와 사고 접수 일부까지 업무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감독 기준도 함께 올라간다.
권한 확대와 함께 책임도 커진다. 보험판매전문회사는 보험모집 자격을 가진 사람을 대표자로 선임해야 한다. 상품판매교육책임자, 소비자보호책임자, 준법감시책임자도 필수 기관으로 둬야 한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담보하기 위한 자본금 유지와 보험 가입 의무도 포함됐다. 등록취소와 업무정지 기준도 기존 보험회사 수준으로 정비하는 내용이 담겼다.
연합인포맥스는 상장 법인보험대리점과 기업형·자회사형 대리점이 제도 변화에 상대적으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보도했다. 인카금융서비스와 에이플러스에셋은 상장사로서 공시와 외부감사 체계를 갖췄고,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자회사형 대리점으로 모회사 기반의 자본력과 컴플라이언스 인프라를 갖춘 사례로 거론됐다.
개정안은 내부통제 체계를 본사 단위로 요구한다. 이 때문에 지사별 독립 채산제에 가까운 연합형 대리점보다 중앙 통제 시스템을 갖춘 기업형과 자회사형 대리점이 심사 대응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설계사 2만4000여명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플러스에셋은 작년 말 기준 손해보험 0.00%, 생명보험 0.01%의 불완전판매율을 기록했다.
계약 유지율도 심사 과정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지표다. 에이플러스에셋의 25회차 생명보험 계약 유지율은 82.46%로 대형 보험대리점 평균 75.88%를 웃돌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본력과 거버넌스, 높은 유지율을 모두 충족한 대형 GA들이 1호 라이선스를 선점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제도 도입 이후 경쟁 기준이 설계사 수와 신계약 규모에서 자본, 내부통제, 사후 관리 역량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법안은 아직 국회 심사 단계에 있다. 실제 보험판매전문회사 1호 등록 회사가 나오려면 국회 논의와 의결, 하위 규정 정비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