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폭넓게 사용되는 메신저 앱 디스코드가 미국 내 극단주의 범죄와 연관성을 드러내며, 플랫폼의 콘텐츠 관리 책임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디스코드는 원래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음성 채팅과 메시지를 주고받기 위해 고안된 플랫폼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 앱은 점차 일반 소셜미디어 기능까지 흡수하면서 커뮤니티 성격이 확장됐고, 일부 폐쇄적 소그룹 공간은 극단주의 사상이 퍼지는 경로로 악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5년 9월 10일에는 미국의 우파 청년운동가 찰리 커크를 암살한 혐의를 받는 타일러 로빈슨이 범행 직전 디스코드에 자백 메시지를 남긴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소규모 비공개 그룹 내에서 벌어진 일로, 플랫폼 외부에서는 인지하기 어려운 수준의 밀폐된 커뮤니케이션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22년 뉴욕주 버펄로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에서도 디스코드는 주요 통로로 활용됐다. 범인이었던 페이튼 젠드런은 백인 우월주의 사상을 수개월간 공유하며 구체적인 범행 계획까지 디스코드에 게시했고, 실제 공격 직전 소수에게 이를 열람하도록 하기도 했다. 이처럼 극단적 사상 전파와 구체적 행동 계획에 디스코드가 활용된 사례가 반복되면서 플랫폼의 관리 기능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디스코드 측은 폭력적 단체의 조직이나 지지를 엄격히 금지한다는 이용 약관을 두고 있으며, 위반 사례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13세 청소년이 유대교 회당 테러를 계획하며 메신저를 활용했던 2023년 사례처럼 청소년 이용자층이 높은 특성상, 기술적 감시만으로는 사전 억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디스코드는 월간 전 세계 이용자만 2억 명에 달하며, 이 중 90% 이상이 게임 목적의 사용자로 구성돼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영국에 본부를 둔 글로벌 극단주의·기술 네트워크는 올해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디스코드를 포함한 게임 기반 플랫폼이 극단주의 이념의 확산 기반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플랫폼 기업들이 유해 콘텐츠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커뮤니티 문화를 더욱 포용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 같은 지적은 단순히 미국 사례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올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시도 당시 일부 극우 단체가 디스코드를 통해 온라인 여론 조작을 시도한 정황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과 젊은 세대가 몰리는 플랫폼인 만큼, 지금처럼 대응이 뒤따르는 구조로는 극단주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한층 커지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젊은 층 사용자 비중이 높을수록, 표현의 자유와 안전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플랫폼 운영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