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기업 해킹 사고로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정부가 기업의 정보보호 책임을 조직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부여하고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5년 9월 23일 서울 송파구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에서 국내 주요 기업의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가 참석한 가운데 긴급 보안 점검 회의를 열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보안 사고로 인해, 기업 내 정보보호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CEO가 보안 리스크를 명확히 인지하도록 하려는 취지다.

이번 회의에는 CJ ENM, KT클라우드, LG유플러스, 삼성서울병원, 롯데건설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30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했다. 회의에서는 각 기업의 정보보호 현황과 대응 사례가 공유됐고, 지금까지 발생한 해킹 사고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민관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정부는 특히 CEO가 보안 책임을 직접 갖는 체계를 점검하고, CISO가 독립성 있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했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회의에서 “아무리 정부가 대책을 내놔도 현장에서 실질적인 보안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각 기업이 자체적으로 주요 정보자산에 대한 취약점 분석을 한 뒤 정부에 결과를 보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이어 “정보보호는 기업 생존과 직결된다”고 강조하며, 특히 대규모 통신사는 외부 전문가를 통한 이중 점검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정보보호 관련 정부 산하 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 측은 인터넷망과 연동된 주요 자산들을 CEO가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업 내부에서 진행한 취약점 조치와 대응 계획이 CISO를 통해 보고되고, 향후 대응 방안까지 정부에 공유되면 CEO가 실제로 보안 상황을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기업 전체 차원의 투명한 위험 관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공문 형식으로 CEO에게 관련 사항을 알리는 방안도 거론됐다.

한편 다수의 참석 기업들은 보안 전담 인력 확보와 예산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보안 조직 인력을 산출할 때 외주 인력이 포함되면서 실제 내부 인력보다 과장된 수치가 나타나는 문제와 함께, 정보보호에 대한 공시가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도 게시되면 내부 설득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제안도 나왔다. 이 밖에도 CEO가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보안 회의 체계 도입, 보안 투자 시 세제 지원, 수탁기업(외주업체)의 침해 사고 책임도 함께 묻는 제도 도입 등이 제기됐다.

정부는 이번 점검 결과를 토대로 기업들의 보안 투자 수준과 관리 체계가 적정한지를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정보보호를 기업의 경영 핵심 과제로 끌어올리고, 민관 협력을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