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보증보험사가 지급 능력도 없이 이른바 ‘깡통 보증서’를 대거 발행해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개발업체를 상대로 영업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융감독 사각지대와 공공계약의 허점이 함께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는 6일 보험업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 등 혐의로 무허가 보증보험사 K업체 대표 4명과 직원 2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2월부터 2026년 6월까지 금융위원회 허가 없이 2천2억원 규모의 보험증서 87건을 발행하고, 그 대가로 약 30억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는다. 보증보험은 계약 상대방이 돈을 갚지 못하거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때 손실을 대신 메워주는 장치인데, 이 회사는 실제로는 그 책임을 감당할 자본이나 허가를 갖추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K업체는 공사 개발업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은 뒤 산지·농지 원상복구비, 도로포장 공사비, 공유재산 임차료, 세금 등 각종 채무를 대신 보증하는 방식으로 영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보증서를 믿고 계약을 진행한 공공 쪽 피해가 현실화됐다는 점이다. 지자체 3곳은 보험금을 받지 못해 민사소송에서 이겼지만, K업체에 변제 능력이 없어 총 14억여원의 채권을 실제로 회수하지 못했다. 공공기관인 A공사의 사례는 피해 규모가 더 컸다. K업체는 중견 건설사와 맺은 토지 매매계약의 잔금 지급을 보증하겠다며 1천413억원 상당의 지급이행보증서를 발행했고, 이를 믿은 A공사는 잔금을 받지 않은 채 시가 1천247억원의 토지 소유권을 건설사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K업체는 이 보증서 발행 대가로 건설사에서 17억5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무허가 영업을 넘어, 처벌은 약하고 이익은 큰 구조를 악용한 반복 범행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K업체는 지난 10여년 동안 보험업법 위반으로 7차례 처벌받았는데도 자본금 100억원을 갖춘 것처럼 등기하고 대표이사를 바꿔가며 영업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무허가 보증보험 영업은 제도권 금융회사처럼 엄격한 감독을 받지 않지만, 수수료는 보증금액의 1∼3% 수준으로 적지 않아 유인이 크다. 반면 실제 사고가 나면 법인에 책임을 떠넘기고 이행 책임을 회피할 수 있어, 공공기관이나 지자체가 서류만 믿고 계약을 진행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수사 과정에서도 초기 판단과 검찰의 판단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 2024년 감사원 요청으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무허가 보험 영업으로 보고 일부 임직원에게 보험업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송치했고, 일부 피의자는 같은 범죄로 이미 벌금형을 받았다는 이유로 불송치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처음부터 보험금 지급 능력이 없으면서 거래처를 속여 계약을 체결한 조직적 금융사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보완수사에 나섰고, 기존에 드러난 것 외에 82건의 무허가 보증서 발행을 추가로 확인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지자체 등에 대한 사기와 수수료 횡령 혐의까지 적용했다. 검찰은 8월 4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K업체 홈페이지 폐쇄를 요청한 데 이어, 5일에는 법원에 법인 해산 명령도 청구했다.
이번 사건은 공공계약에서 제출되는 보증서가 형식만 갖췄다고 해서 곧바로 안전장치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개발사업과 공공사업처럼 계약 규모가 큰 분야에서는 보증기관의 허가 여부와 자본 여력, 실제 지급 능력을 사전에 확인하는 절차가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무허가 유사금융과 보증시장에 대한 점검 강화, 공공기관의 서류 검증 절차 보완, 관련 처벌 수위 재검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