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술기업 감원 행진 계속…2025년 상반기에도 1,720명 추가 해고

미국 기술 산업의 대규모 감원이 2025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크런치베이스의 최신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 본사를 둔 기술기업들에서 2024년 한 해 동안 최소 9만 5,000여 명이 직장을 잃었고, 올해도 6월 첫째 주까지 약 1,720명이 추가로 해고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과잉 채용의 후유증과 경기 둔화, 벤처 자금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기술 산업 전반에 구조조정 압박을 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2025년 6월 초까지 해고 발표가 확인된 기업들은 업종과 규모를 가리지 않는다. 월마트(WMT)는 글로벌 기술 부서를 전면적으로 감축하면서 1,500명을 해고했고, 이베이(EBAY)는 자회사인 TCG플레이어 시러큐스 지점을 폐쇄하며 220명의 일자리를 없앴다. TCG플레이어는 수집형 트레이딩 카드의 감정 및 물류를 담당하는 부서로, 물류센터 통합 최적화를 이유로 주력 생산 거점을 켄터키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미디어 업계도 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체 인력의 21%를 정리했다고 밝혔으며, CEO 바버라 펭은 부서 구분 없이 모든 조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요 기술 기업인 일렉트로닉 아츠(EA), 엔시노(nCino), 블링크 차징(BLNK) 등도 이번 감원 추세에 이름을 올렸다.

2024년 한 해 동안 가장 큰 규모의 감원을 단행한 기업은 인텔(INTC)로, 1만 5,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테슬라(TSLA)는 1만 4,500명, 시스코(CSCO)는 1만 150명을 줄이면서 그 뒤를 이었다. 2023년에는 아마존(AMZN)의 1만 6,000명 해고가 최대 규모였고,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FT), 구글(GOOGL)도 각각 만 명 안팎의 감원을 단행한 바 있다.

기술 산업의 구조조정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은 자금 조달 환경의 급변이다. 2021년 벤처 자금이 정점을 찍은 이후 스타트업 투자는 급속히 위축됐고,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성장 가능성보다 현금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성장성을 과대평가하고 고평가된 기업들은 기존 투자금을 소진하면서 자금 조달 실패, 기업 매각, 결국 폐업이라는 수순을 밟고 있다.

해고 흐름은 주요 인프라 팀은 상대적으로 유지하며, 인사·채용·마케팅 등 비핵심 부문을 중심으로 조절되는 특징이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인력 감축 외에도 급여 및 승진 동결, 복지 축소, 원격근무 해제 등 구조 조정을 예고하는 징후들을 동반해 실행하고 있다.

크런치베이스는 “일부 대형 기업은 여전히 신규 채용을 병행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기술 산업의 인력 구조조정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2021년 고점에서 투자금을 유치한 스타트업들이 기존 밸류에이션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 생존을 위한 추가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