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삼성과 23조 원 반도체 계약…'AI6 칩'로 자율주행 가속

테슬라(TSLA)가 삼성전자와 손잡고 차량용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나선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CEO는 28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최소 165억 달러(약 23조 7,0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제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직접 발표했다. 그는 이 계약 금액이 최소 수준이며 실제 생산 물량 증가에 따라 총 계약 금액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 사용되는 AI4 칩을 공급 중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삼성은 더 진화한 AI6 칩을 새롭게 생산하게 된다. 해당 칩은 현재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서 약 170억 달러(약 24조 4,000억 원)를 투자해 건설 중인 최첨단 반도체 공장에서 양산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삼성전자에 있어 전략적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이 공장은 작년 수요 부진으로 인해 공사 속도를 조절해왔던 곳으로, 현재 구조물 공사는 끝났지만 주요 장비 반입이 지연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삼성전자는 2026년 상반기에 생산 라인 구축을 시작하고, 2027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 시점에 맞춰 테슬라는 공장이 자사 기준을 충족하는지 평가에 들어간다.

머스크는 이번 계약에서 수율도 핵심 조건으로 제시했다. 테슬라는 최소 60~70%의 생산 수율을 목표로 하며, 삼성은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테슬라의 생산 참여를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머스크는 “내가 직접 생산 라인을 돌며 공정 개선에 나설 것”이라며 생산 효율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AI6 칩은 테슬라가 계획 중인 두 개의 신규 차량용 칩 가운데 하나다. 한 단계 앞서 출시될 AI5 칩은 내년부터 대만의 TSMC가 생산한다. TSMC는 최근 차량용으로 최적화된 3나노 공정을 공개했고, 테슬라는 이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AI6 칩은 삼성의 고도화된 2나노 공정을 적용받을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기존 7나노 기반 AI4 칩에 비해 성능과 전력 효율 측면에서 큰 도약이 예상된다.

이처럼 테슬라가 칩 성능 향상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자율주행 택시 사업과도 맞닿아 있다. 테슬라는 지난달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자율주행 SUV 모델 Y를 기반으로 한 택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올해 안에 1,000대 이상 투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본격적인 도심 자율주행 상용화를 꾀하고 있다.

향후 테슬라가 삼성의 차량 전용 공정, 이른바 오토모티브 등급(automotive grade)을 적용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은 이미 모바일 대비 높은 내구성과 신뢰성을 갖춘 차량용 칩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AI6 칩 역시 이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삼성전자는 미국 내 반도체 산업 입지를 공고히 다지는 한편, 테슬라는 자체 AI 반도체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게 됐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자율주행 시대의 핵심을 담당하는 만큼, 두 기업의 협력은 향후 글로벌 반도체 경쟁과 모빌리티 산업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