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없는 초음파 의료기기 등장…실리콘 기반으로 가격·환경 문제 잡았다

실리콘을 주재료로 한 초음파 의료기기가 처음으로 개발되면서, 기존 납 기반 초음파 장치의 환경 유해성과 생산비 부담을 동시에 해결할 잠재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닉스연구센터 이병철 박사 연구팀은 KAIST와 서울대병원, 미국 스탠퍼드대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실리콘 기반 일회용 초음파 패치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지금까지 의료용 웨어러블 초음파 장치는 대부분 납을 포함한 압전 세라믹으로 제작돼,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인체 유해성과 환경오염 우려가 지속돼 왔다.

이번에 개발된 초음파 패치는 납을 완전히 배제하고 실리콘 나노 기둥 구조를 이용해 제작됐으며, 반도체 공정을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이로 인해 기존 장비 대비 제조 원가는 20분의 1 수준까지 낮출 수 있었고, 일회용 의료기기로서 환경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실리콘 기반의 이 패치는 상용 장비보다 초음파 출력 압력이 30% 이상 높아 영상 품질이 한층 향상됐다. 특히 목 등 움직임이 많은 부위에서도 혈류 속도와 혈관 직경이 안정적으로 측정 가능해, 원격진료나 일상 건강 체크 등에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혈압 측정 실험에서도 96% 이상의 정확도를 기록해 임상 적용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학계에서는 이번 기술이 기존 압전 소자 한계를 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이활 교수는 실리콘 기반 기기의 유연성과 제작 자유도가 임상에서 활용 범위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연구성과는 국제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도 게재돼 기술력의 우수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이 같은 흐름은 의료기기 산업의 친환경 전환과 맞춤형 헬스케어 시장의 확대를 동시에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착용과 폐기가 간편한 저비용 기기의 등장은 관련 시장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