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가입자들을 상대로 한 무단 소액결제 사건이 주로 새벽 시간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피의자가 일부러 통신 신호가 원활한 시간대를 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범행 수법에 대한 피의자의 구체적인 진술이 수사 방향에 주요 단서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피의자인 중국 국적의 48세 남성 A씨는 불법 소형 기지국 장비인 '펨토셀'을 승합차에 싣고 수도권 일대를 돌아다니며, KT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휴대폰을 해킹했다. 피해자 휴대전화에서 모바일 상품권을 구매하거나 교통카드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무단 소액결제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윗선으로부터 새벽 시간대에 움직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며, “낮에는 사람들이 많아 통신 신호가 잘 안 잡힌다”는 이유가 있었다고 전했다.

펨토셀은 일반적으로 실내에서 통화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형 기지국 장비다. 하지만 이를 불법 개조하거나 외부에서 운용할 경우, 특정 통신사의 신호를 가장해 사용자의 휴대폰이 해당 기기로 접속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즉, 펨토셀이 정상 기지국으로 가장해 이용자의 휴대폰 통신을 가로채는 일종의 '가짜 기지국' 역할을 한 셈이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펨토셀이 최적으로 작동하는 시간대가 실제 범행과 연관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당시에는 단순한 해킹 범죄로 여겨졌으나, 이번처럼 구체적인 시간대와 장비 운용 방식에 대한 진술이 확보됨에 따라 기술 기반 범죄의 구조적 이해가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A씨가 사용한 펨토셀이 경찰에 의해 압수된 가운데, 이 장비가 어떻게 구성돼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해킹에 활용됐는지는 향후 민관합동조사를 통해 확인될 예정이다. 이번 조사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경찰은 A씨를 대상으로 범행의 경위와 윗선의 존재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으며, 이르면 오는 25일 그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피해자는 214명이며, 피해 금액은 약 1억 3천6백만 원에 달한다. KT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 11일 278명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가, 일주일 만에 362명으로 피해 규모를 상향 정정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동작구, 고양시 일산동구 등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에서도 피해가 접수되면서 파장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당장의 금전 피해를 넘어서,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이동통신망의 보안과 신뢰성에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소형 기지국 장비의 악용 사례가 실제로 입증된 최초의 사례로, 향후 유사한 방식의 통신 해킹이나 개인정보 침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업계, 소비자 모두의 철저한 대응이 요구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통신 인프라 보안 정책의 전면 재검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