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및 AI 기반 사기 기술의 정교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온라인 상에서 개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문제는 기업들에게 큰 도전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검증된 디지털 자격증명(verified digital credentials, 이하 VDC)'이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고, 보안성과 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개선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ID 관리 전문기업 옥타(OKTA)의 비벡 라만(Vivek Raman) 부사장은 최근 개최된 '옥타 옥테인(Oktane) 2025' 행사에서 VDC 기술의 중요성과 실전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지금까지 개인의 디지털 신원 검증이 비용 부담이 큰 제3자 검증에 의존해 왔고, 소비자들에게 번거로운 절차로 인식됐다고 지적하며, 이같은 기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VDC를 제시했다.

VDC의 핵심은 ‘선택적 정보 공유’다. 예를 들어, 라만은 술을 사기 위해 만 21세 이상 여부만 확인되면 되는 상황을 사례로 들었다. 현재는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등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VDC를 활용하면 생년월일이 아닌 ‘성인 여부’라는 정보만 최소한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방식은 정보 유출 가능성을 줄이고, 동시에 사용자가 정보 공유에 대해 통제력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 측면에서도 이점이 크다.

기술적으로도 일반적인 물리 문서보다 안전한 구조를 갖췄다. VDC는 사용자 디바이스 내에 저장되며, 생체 인증(Face ID, Touch ID 등)으로 접근이 제한된다. 또한 일정 기간 경과 시 자동 만료되도록 설정하거나 특정 상황에서만 효력을 발휘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어, 사용성과 보안성을 모두 확보한 구조라고 옥타 측은 강조했다.

VDC의 실제 활용도 점차 본격화되고 있다. 라만은 미국 주 정부의 모바일 운전면허증 사업, 유럽연합의 상호운용 가능한 디지털 시민 신분증 입법 등 배경을 들며 공공 부문에서의 확산이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의료 부문에서도 병원 간에 이동하는 간호사들이 장비 접근 권한과 자격 상황을 실시간으로 증명하기 위해 VDC가 활용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고비용 인증 절차를 줄일 뿐 아니라 현장 업무의 효율성까지 개선시켰다는 평가다.

라만은 궁극적으로 모든 사용자가 지갑에 여러 장의 VDC를 보유하고, 문맥에 따라 원하는 정보를 즉시 공유하도록 진화할 것이라 내다봤다. 정부 발급 신분증, 운전면허증, 여권은 물론이고 근로 인증, 직무 자격증 등의 디지털화가 이뤄지면, 오프라인 문서가 필요없는 ‘신원 지갑(identity wallet)’이 일상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사용자 경험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보안성을 강화해야 하는 디지털 시대. 옥타가 추진하는 VDC 기술은 AI 위협이 심화되는 현 상황에서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앞으로의 신원 인증 시장을 결정짓는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