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 시대가 다가오면서 ‘양자 대비(Quantum Readiness)’가 전 산업계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암호기술 전환이라는 기술적 도전과 맞물려, 각 기업은 보안 체계 전반을 재정비하며 데이터 신뢰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의 암호 시스템 엔지니어 루크 발렌타는 "단순한 알고리즘 교체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다양한 암호 자산을 식별하고 우선순위를 구분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표준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암호 기민성(cryptographic agility)’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서트가 주최한 ‘Quantum Readiness Day’ 행사에서 "처음부터 우리만의 비밀스러운 프로젝트로 진행한 것이 아니라, 여정을 투명하게 공유해왔던 것이 중요한 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이 행사에는 디지서트(DigiCert)의 최고 제품 책임자 디피카 차우한과 DXC 테크놀로지의 디지털 신원 매니저 마틴 릴리도 함께 참여해, 양자 환경에서 기업들이 직면한 보안 도전 과제와 대응 전략을 공개했다.

마틴 릴리는 DXC가 내부에서 먼저 ‘고객 제로(customer zero)’로 시범 적용한 경험을 공유하며, 이를 통해 보다 현실적인 로드맵과 기반 구조를 고객사에 제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선 우리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안 교육도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과거에는 연구자와 보안팀의 전유물이었던 암호기술 논의가 이젠 이사회 차원에서 일상적인 아젠다로 떠오른 만큼, 전사적 교육이 필수라는 것이 현장의 실감이다.

기술적 과제도 만만치 않다. 특히 중간 계층 장비들과 서버가 새로운 암호 알고리즘과 제대로 호환되지 않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으며, 클라우드플레어 측은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벤더와 협력하면서도 체계적인 테스트를 병행하고 있다. 발렌타는 "올해 말까지는 클라우드플레어에서 생성되는 대다수의 인간 중심 인터넷 연결이 양자 후 암호(Post-Quantum Encryption)로 보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소프트웨어 버그를 수습하는 시간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안정적인 전환 환경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양자 대비의 또 다른 축은 조직의 전환 유도다. 고객 중 상당수는 아직 생태계의 준비 정도에 확신을 가지지 못해 움직임을 주저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벤더들은 양자 암호기술을 기존 플랫폼에 통합함은 물론, 암호 자산 재고를 구축하고 자산별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절차를 병렬적으로 지원하며 전환을 돕고 있다. 디피카 차우한은 "암호 자산 재고를 만드는 일의 복잡성은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위험도가 낮은 애플리케이션부터 정리하며 점진적으로 준비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양자 환경 대응에 박차를 가하면서, 이제 이 문제는 선택이 아닌 조직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암호 기술의 민첩성 확보와 조직 전반의 보안 의식 고도화 없이는 승자가 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