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터 개발사 아이온큐(IonQ)가 미국 사모펀드 하이츠 캐피탈로부터 총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이번 투자금은 자사의 양자 컴퓨팅 기술 상용화와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하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아이온큐는 전체 자금의 약 75%를 주당 93달러에 1,650만 주를 신규 발행해 조달하는 방식으로 마련하며, 하이츠 캐피탈은 여기에 더해 4,500만 주 매입이 가능한 워런트도 확보했다. 이 가운데 약 500만 주는 선지급 조건이 적용된 프리펀딩 워런트다. 나머지는 향후 7년 이내 행사 가능한 일반 워런트로 구성돼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혔다.

이번 발표 직후 아이온큐의 주가는 8% 이상 하락했지만, 시장은 자금 확보 자체에는 전략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아이온큐는 2021년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합병을 통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으나, 직전 분기 실적은 매출 2,070만 달러(약 298억 원)에 순손실 1억 7,750만 달러(약 2,556억 원)를 기록하며 아직 수익화까지는 거리가 있는 상황이다.

아이온큐의 주력 제품은 36큐비트를 탑재한 '포르테 엔터프라이즈'로, 이 시스템은 전하를 띤 이온을 큐비트로 사용하고 레이저를 통해 정보 저장 및 계산을 수행한다. 이보다 성능이 뛰어난 차세대 칩 ‘템포’ 역시 현재 개발 중이며, 해당 시스템은 기존 대비 거의 두 배 수준의 알고리즘 큐비트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95%의 가동률을 목표로 한다.

또한 아이온큐는 지난해부터 연이어 M&A를 단행하며 기술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왔다.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는 지난 7월, 영국 기반의 동종 경쟁사 옥스퍼드 아이오닉스(Oxford Ionics)를 인수한 것이다. 이 인수에는 현금과 주식을 포함해 총 10억 7,500만 달러(약 1조 5,480억 원)가 투입됐다. 옥스퍼드의 기술은 기존 레이저 대신 칩 내장 전극으로 큐비트를 제어하는 방식으로 확장성과 제조 효율 면에서 이점이 있다.

아이온큐는 이같은 인수 결과를 반영해 2027년까지 1만 큐비트 시스템을, 2028년에는 2만 큐비트를 구현하겠다는 새로운 기술 로드맵도 제시했다. 여기에 더해 다수의 양자 시스템을 클러스터 형태로 연결하기 위한 인프라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다이아몬드 기반 광 연결 기술을 보유한 보스턴 스타트업 '라이트싱크 테크놀로지스'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켰다.

니콜로 드 마지 아이온큐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투자는 양자 기술 산업 역사상 단일 기관이 단행한 최대 규모 보통주 투자"라며 "글로벌 사업 확장과 상용화 속도를 높이는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자 컴퓨팅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아이온큐의 대규모 자금 확보는 기술 고도화와 시장 선점 모두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