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충남대학교병원이 개발한 디지털 병리 시스템 관련 기술이 국제 특허 절차를 밟게 됐다. 기존 시스템에서 나타나던 스캔 누락 문제를 보완한 이 조직 카세트 기술은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의료기관의 비용 효율성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0일 세종충남대병원에 따르면, 병리과 소속의 한승희 팀장이 고안한 ‘디지털 슬라이드 스캐너용 조직 카세트’가 특허협력조약(PCT) 국제출원을 완료했다. PCT는 한 번의 출원으로 여러 국가에서 특허 심사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국제 제도다. 이 기술은 이미 국내에서는 특허 등록을 마친 상태이며, 지난 2023년 병원 내 직무발명 공모전에서도 대상을 받으며 상용화 가능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디지털 병리란 현미경으로 조직을 관찰하는 기존 방식 대신, 병리 슬라이드를 고해상도 영상으로 변환해 컴퓨터나 인공지능(AI)이 진단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세스를 말한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병리진단 시스템은 병리 전문의 부족 문제를 대체하거나 정확도 향상, 연구 활용도를 높이는 데 있어 최근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시스템에는 한계가 있었다. 해부 조직을 검체화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조직 카세트’는 최대한 일정 크기로 절편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소모품이다. 사용하는 장비에 따라, 절편 크기가 20밀리미터를 초과하면 슬라이드 양쪽 끝 부분의 스캔이 제대로 되지 않는 기술적 문제가 발견됐다. 이로 인해 디지털 스캐너를 통해 영상 정보를 얻더라도 누락된 정보를 다시 광학 현미경으로 확인하는 번거로운 작업이 뒤따랐다.

이에 한 팀장은 보다 넓은 범위의 조직 절편을 스캔할 수 있도록 카세트 구조와 스캔 방식 자체를 개선한 기술을 고안했다. 이 기술은 영상 누락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저장 용량까지 줄임으로써 병원의 데이터 관리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의료진은 빠르고 정확한 병리 진단이 가능해지고, 병원은 인프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디지털 병리 시스템의 국제적 확산과 기술 표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정밀의료, 인공지능 진단 분야와 연계될 경우, 국내 병원 기술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