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와 벌여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관련 법적 분쟁에서 최종적으로 승기를 잡으면서 긴 소송전이 마무리됐다. 약 3년에 걸친 특허 및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최근 양사 간 합의로 종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쟁은 2022년 12월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BOE를 특허침해 혐의로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23년 10월에는 영업비밀 침해 혐의까지 추가되며 법적 다툼이 격화됐다. OLED 기술의 핵심으로 꼽히는 소자 구조 및 제조 공정이 쟁점이 되었으며, ITC는 지난 7월 예비판결에서 BOE 제품의 미국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리며 삼성디스플레이 쪽에 유리한 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었던 17일(현지시간), ITC는 예정되어 있던 결론 발표를 보류하고 하루 뒤인 18일, 양측 간 소송이 중단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곧 양사가 법원 결정을 기다리기보다 별도 협상을 통해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했음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BOE는 삼성디스플레이에 일정 수준의 특허 사용료(로열티)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를 통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자사 기술 보호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와의 기술적 경계선을 다시 그은 셈이 됐다. BOE 역시 기술 침해 의혹에서 벗어나며 글로벌 시장 내 불확실성을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 특히 삼성은 OLED 분야에서 차세대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지적 재산권 방어에 공을 들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분쟁 종결의 의미가 더욱 크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스마트폰, 태블릿, TV 등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을 담당하며, 특히 OLED는 LCD보다 더 얇고 자발광 특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프리미엄 제품군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소송전은 그만큼 OLED 기술의 상업적 가치와 전략적 중요성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의 경쟁 구도가 기술력과 특허 보호 능력을 기준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도전이 거세지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에게는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더욱 체계적인 대응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