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이 다시 한 번 일반 사용자 중심 전략으로 방향을 틀며 브랜드 리포지셔닝에 나섰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사용자 친화적 인터페이스로 각광받았던 초기 성공 경험을 토대로, 줌은 새로운 마케팅 캠페인 ‘Zoom Ahead’를 통해 IT 관리자보다는 실제 업무 현장에서 플랫폼을 활용하는 일반 유저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줌은 그간 기업의 IT 의사결정권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으로 변화를 시도해왔지만, 최근 내부 고객 연구 결과, 여전히 상당수 사용자가 개인적으로 브랜드에 강한 애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기업용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으로의 이미지 강화보다는, 다시 ‘사용자 중심’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립하겠다는 전략이다.
첫 번째 광고는 '토요일 밤의 즐거움(Saturday Night Live)'로 유명한 보웬 양(Bowen Yang)과 콜린 조스트(Colin Jost)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가 제작한 코미디 스타일로 구성됐다. 광고 속 보웬 양은 복잡한 IT 도구를 강요하는 인물로 등장하지만, 사용자들은 자발적으로 '간편하고 신뢰할 수 있는 줌'을 선택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된다. 이는 줌이 기업의 일선 직원이나 자영업자, 고객센터 직원들 사이에서 여전히 선택받고 있는 플랫폼임을 강조하는 연출이다.
김벌리 스토린(Kimberly Storin) 줌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이번 캠페인의 목표를 “매일의 업무를 수행하며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용자들과의 연결”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IT 부서가 아닌 기본 사용자들이 줌을 한 단계 끌어올린 진짜 주역이며, 그들에게 영감을 주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라고 덧붙였다.
이번 캠페인에서는 챗봇 기반의 ‘AI 컴패니언’, 콜센터 기능과 함께, 줌이 새롭게 선보인 이메일·문서·채용 툴 등 기존의 회의 중심 이미지에서 벗어난 다양한 제품군도 자연스럽게 소개된다. 이는 단순한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업무 중심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줌의 전략적 행보와 맞물린다.
광고는 오는 12월 31일 미국의 대학 풋볼 플레이오프를 기점으로 첫 선을 보이고, 슈퍼볼 프리쇼, 골든글로브 시상식 등 주요 이벤트 기간 동안 TV, 디지털, 옥외 광고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2026년까지 지속된다. 2026년 봄 시즌에는 새로운 콘텐츠가 추가 공개될 예정으로, 단기 캠페인이 아닌 장기적 브랜드 리포지셔닝 프로젝트로 이해된다.
줌은 이 캠페인을 통해 사용자의 제품 인식 지평을 넓히고, 이메일과 문서처럼 시장 지배자가 뚜렷한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강화하려 한다. 최근에는 워크비보(Workvivo) 인수를 통해 일선 직원용 기능을 확장했고, AI 기반 채용 플랫폼 브라이트하이어(BrightHire), 중소기업 관리 도구 본사이(Bonsai) 등도 라인업에 추가했다. 이는 단순한 통신 솔루션 제공을 넘어 ‘일의 방식’을 바꾸는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줌의 핵심 전략은 결국 사용자들이 남기는 대규모 업무 데이터를 모아 AI 기반 컴패니언 기능의 성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사용자 경험에 정교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좋은 데이터가 좋은 인사이트를 만든다’는 데이터 과학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줌은 이메일, 문서, 채용 등 다양한 워크플로우의 중심에 서려 한다.
비전은 분명하다. 줌은 화상회의로 사랑받던 플랫폼에서 ‘모든 업무가 시작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자 한다. 이번 Zoom Ahead 캠페인은 단순 브랜드 홍보를 넘어, 그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