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외국산 드론과 핵심 부품의 국내 판매를 공식 금지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 드론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계 제조사 DJI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발표된 FCC의 규제에 따르면, 외국에서 제조된 드론과 관련 부품은 더 이상 특정 승인을 받지 않으면 미국에서 판매할 수 없다. 다만, 이미 소비자에 의해 구매된 드론에는 이번 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 국방부나 국토안보부의 별도 허가를 받을 경우에 한해 판매가 다시 가능하지만, 이는 특정 기종이나 부품에 한정된다.

이번 규제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기업은 중화권 드론 시장을 대표하는 SZ DJI 테크놀로지로, DJI는 미국 소비자 드론 분야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한 상태다. 최근 출시된 DJI의 플래그십 모델 ‘매빅4 프로’는 2850달러(약 410만 원) 가격에 성능과 휴대성을 모두 겸비하며 업계를 주도해왔다. 1억 화소 메인 카메라와 망원 렌즈 2개를 장착한 이 제품은 고화질 실사 촬영뿐 아니라 고속 비행도 가능해 상업용 및 취미용 시장에서 모두 인기를 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DJI는 전력 시설 점검처럼 산업용 수요를 겨냥한 ‘매트리스 4 시리즈’도 제공하고 있다. 이 제품은 다수의 카메라와 레이저 거리 측정기, 정밀 GPS 기술(RTK)을 통합해 위치 기반 정밀 업무에 최적화된 기능을 자랑한다.

이번에 발표된 금지 조치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지난해 미국 하원은 DJI 장비의 판매를 금지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고, 비록 상원에서는 막혔지만 주요 내용은 2025년 국방수권법(NDAA)으로 흡수됐다. 해당 법안은 DJI 제품이 연방 차원의 위험 평가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FCC의 금지 품목 목록에 오를 것을 명시하고 있었다.

이번 FCC 조치에 대해 자국 드론 산업을 대변하는 AUVSI(미국 무인 시스템 협회)는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회원사 중 하나인 드론 스타트업 스카이디오(Skydio)는 지난해 1억 7000만 달러(약 2,450억 원)를 유치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AUVSI 마이클 로빈스 회장은 “신뢰할 수 있는 기술과 공급망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이번 조치는 미국 드론 산업의 주도권을 다시 국내로 되돌릴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수출입 제한은 단순한 상업 규제를 넘어서, 글로벌 기술 공급망의 주도권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자국 기술 생태계 보호와 안보 기반 강화를 위해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단계적으로 강화해가고 있으며, FCC 또한 이러한 기조 속에서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